개성 직원 北 억류 장기화 불가피할 듯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가 18일로 50일째 북한에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은 유 씨에 대한 신병 처리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접견 조차 거부하고 있어 사건의 정확한 실체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북측이 밝힌 억류 이유는 ‘체제비난과 탈북책동 등의 혐의’이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 15일 ‘개성공단 법규 및 기존 계약 무효’를 선언하면서 남북 당국간 회담 가능성까지 불투명해져 억류 문제는 갈수록 꼬여가는 양상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현대아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유 씨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북측은 현재 유 씨에 대해 ‘개성 인근지역에서 조사받고 있다’는 것과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확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북한 중앙특구 개발지도총국이 ‘4·21 개성접촉’을 제안했을 당시만 해도 유 씨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 측 기대와는 달리 북측 실무자들은 억류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개성공단 내 임금과 임대료 등의 재조정만을 들고 나왔다.

이어 추가접촉 과정에서 통일부는 ‘유씨 문제가 본질적 문제’라는 주장을 했지만 북측 중앙특구 지도총국은 ‘소관이 아니다’고 맞서 남북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는 점만 확인했다.

북한은 15일 통지문을 통해 ‘4·12 개성접촉’에서 우리 측이 유씨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부당한 문제를 내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회담 무산에 대해 남측 책임론을 펴면서 “의제 밖의 문제를 가지고 반공화국 대결소동을 벌렸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 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았다”라고 말했다. 이 ‘모자를 쓴’ 이라는 표현은 유 씨가 현대아산 직원으로 위장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사실상 스파이 행위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유 씨 문제는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로 계속 앞으로 논의가 돼야 한다”며 남북회담에서 유 씨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다룰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억류 사태 장기화 불가피=이 같은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들에 대한 재판이 끝난 다음에야 유 씨를 풀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엔케이’와 가진 통화에서 “내달 4일 열리는 미국 여기자들 재판 이후에나 북한은 유 씨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미국과의 타협 이후에 유 씨를 석방하거나 남한 당국과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북한이 유씨를 ‘체제비난과 탈북책동’의 혐의로 조사를 심화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경우에 따라 ‘적대행위’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미국 여기자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한은 유 씨 문제를 남북 현안에 연류시켜 남측의 큰 양보 조건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 씨를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서는 조사결과를 우리 측에 통보해야 하고, 접견도 허용해야 한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유 씨를 재판에 회부할 경우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어기게 된다. 정부는 유씨의 재판회부는 부당하다는 입장으로 재판회부시 강력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유 교수는 “북한이 유 씨를 재판에 회부할 경우 남북합의를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일방적인 행보를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 “설사, 재판을 하더라도 북한의 구체적인 혐의 발표 이후 통지문을 통해 관련 협의를 하자고 제안한 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측이 유 씨 문제와 관련해 일방통행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향후 북측이 남북간 합의를 지킬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북측이 우리의 동의 없이 자체 형법에 따라 유 씨를 재판에 회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