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입주업체 차주전환 실적 미진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숙원이던 남북협력기금 차주 전환을 허용한지 3개월이 다 돼가도록 1개 업체만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14일 파악됐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오랜 민원인 대출 차주전환을 허용해 기업들의 경영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통일부에 따르면 해당 업체 28개 중 이날 현재까지 2개 업체가 차주 전환을 신청, 그 중 한 업체만이 심사 절차를 거쳐 차주를 국내 모기업에서 개성 현지 법인으로 전환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중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을 거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대출받은 남북협력기금의 차주를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공단 시범단지 분양 업체와 1차 분양 업체 등 28개 업체(총 대출액 760억원)의 국내 모기업의 부채 비율을 떨어 뜨림으로써 경영 안정을 돕는다는 취지였다.

또한 차주전환시 개성 현지 법인이 공장 자산가치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형식이 되는 만큼 현지 법인들이 실질적인 국내 경제 활동의 주체로서 역할할 수 있도록 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렇듯 좋은 취지로 도입한 제도가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는 일단 차주 전환의 요건이 엄격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희망한다고 무조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본 잠식 여부 등과 관련, 국내 모기업에 기금을 대출할 때 적용하는 요건을 현지 법인에도 똑같이 적용하기 때문에 요건을 갖춘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현지 법인의 재정 상황, 모기업 신용상태 등과 관련한 차주전환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10개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며 “나머지 기업들은 차주 전환 절차 및 요건도 제대로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차주전환 조건으로 모기업이 연대보증을 서도록 함에 따라 차주를 변경하더라도 모기업 신인도 상승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 놓는다.

반면 정부 당국은 지난 달 중순 이후 북한의 육로통행 제한.차단이 예고되고 실제 시행되는 등 과정에서 기업들이 차주 전환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12.1 조치를 예고한 이후 약 한달간 개성공단 업체들이 모두 비상 상황이어서 차주 전환을 할 경황이 없었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차주 전환을 하는 업체들이 속속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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