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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 진행될 1차 개성 영통사 성지순례를 앞두고 남북경협관련 시민단체들이 현금지원을 문제 삼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순례단이 사찰 관광 대가로 1인당 100달러씩 북한 당국에 지급하기로 한 계약 때문이다.
남북 포럼과 남북관광공동체, 개성사랑포럼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과다한 관광대가를 지불하는 남북관광사업을 재고할 것을 정부와 추진단체에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성관광 꿈이 불교 신도들의 성지순례차원에서 열리게 될 것 같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개성관광대가로 1인당 100달러를 지급하는 것은 대북 퍼주기에 해당한다”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표들은 “100달러는 개성공단 근로자 2달치 월급이고, 금강산 당일 관광대가 30달러보다 3배나 비싸다”며 “개성관광이 북한 당국에 돈만 만들어 주는 현급지급기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북한 당국에 “관광대가는 30달러 정도로 현실화하고 이 돈으로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일 1인당 100달러 지급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단체들이 지적한 개성 영통사 성지순례는 8일 500명, 18일 500명, 23일 1000명 등 3차례 2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남측의 천태종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북측의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와 민족화해협의회가 합의해 추진키로 했다. 행사 코스는 영통사 관람에 이어 개성시에서 식사, 선죽교나 성균관을 둘러 보는 것으로 짜여 있다. 당일행사로 치러지며 참가 비용은 1인당 17만원이다.
남북 포럼 김규철 대표는 “이번 성지 순례는 신자만이 아닌 일반인까지 같이 신청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진행될 개성관광의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에 이렇게 과다한 비용이 책정되면 향후 관광 사업도 곤란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천태종 ‘영통포럼’ 노정호 사무총장은 “이번 방문은 경협이나 관광사업 차원이 아니라 문화 교류”라면서 “북한에 지급하는 액수는 정부측 의견을 받아들여 50달러 정도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50달러는 개성에 있는 불교 문화재 관리·복원을 위해 차후에 물자나 현금 등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 달 29일 진행된 사전 답사에서 북한 민화협 리창덕 협력국장은 “북측에서 개성 관광은 접었다”며 영통사 성지 순례가 “관광 사업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성지순례”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관광 형식을 띤 종교행사라 해도 1인당 100달러를 지급할 경우 향후 개성관광 사업자에게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성 영통사는 고려 의천 대각국사(1055~1101)가 출가 후 35년간 수행하며 한국 천태종을 개창한 종찰이다. 개성시 외곽에서 약 8km정도 떨어진 개풍군 영남면 용흥리 오관산에 자리하고 있다. 16세기 화재로 소실됐으나 1998년부터 2년간 발굴조사에 이어 한국 천태종과 북의 공동작업으로 복원, 2005년 10월 낙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