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접촉, 후속 대화 가능할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군사.외교 관련 실무협의를 제외한 남북 당국자간의 첫 회동으로 기록된 21일 `개성접촉’은 현재 남북관계의 단면도를 보여준 듯했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 방안,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의 처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는 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접촉을 매듭지었다.

통일부 당국자가 현 정부 들어 처음 남북협의를 위해 북측을 방문함으로써 북측의 `당국자 방북불허’ 빗장을 한번 풀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지만 첫 당국간 대화로 기록하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점이 적지 않았다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다음 대화의 여지를 남겨 뒀다는데 의미를 찾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11시간의 기다림..22분의 만남 = 양측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개성공단에서 우리 측 김기웅 개성공단사업지원단 팀장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장급 관계자간에 총 7차례 예비접촉을 갖고 접촉장소.의제.참석자 명단 상호 통보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교환했지만 좀처럼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 대표단은 남측 인원이 근무하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관리위) 사무실을, 북측은 자신들 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 사무실을 각각 접촉장소로 주장한 것이 대표적 `이견’으로 부각됐다.

우리 대표단은 북한 땅까지 들어간 마당에 우리가 준비한 회의실에서 최소한 회담의 형식을 갖춰서 접촉하길 원했고 북측은 일방적인 입장 통보만 하려고 생각했기에 자기 측 사무실을 고집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장소 문제로 이견을 빚자 우리 대표단은 오후 예비접촉에서 개성공단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씨 접견 문제를 꺼내며 유씨 접견이 가능할 경우 장소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북측이 계속 총국을 고집하자 우리 대표단은 고민 끝에 북측 안대로 총국에서 접촉을 갖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8시35분 시작한 협상은 단 22분만에 끝났다. 대화의 상대방인 북측이 실무적 협의를 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양측은 자기 입장이 담긴 문건을 교환하고 기본적인 언급만 한 뒤 서둘러 자리를 접었다.

◇후속대화 전망 = 이번 접촉에서 북한은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 지불 유예기간 단축, 북측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남측은 이에 필요한 접촉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라고 재촉까지 했다.

우리 대표단은 개성공단 출입.체류 문제 등을 포함, 남북관계 현안 해결을 위한 차기 접촉을 북측에 제안했다.

성격이야 어떻든 양측 모두 후속대화를 하자고 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접촉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남북 양측간에 신뢰가 조성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의미있는 후속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북측이 일방적으로 제기한 개성공단 관련 계약 재협상 요구를 우리 정부가 선뜻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백번 양보해서 북측의 요구를 들어준다 하더라도 이미 기존 계약에 대한 일방적 파기선언으로 약속을 저버린 북한이 또다시 이를 무효화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역으로 대남 군사적 위협을 거두지 않고 있는 북한이 개성공단 활성화를 포함한 남북간 현안을 협의하자는 우리의 대화 제의에 성의있게 나올 지도 불투명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