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접촉, 형식은 접촉, 절차는 회담수준

현 정부 들어 처음 열리는 21일 남북 당국자간 접촉은 기본적 성격이 `접촉’임에도 불구하고 그 절차는 공식 회담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시작됐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성 접촉’ 정부 대표단이 이날 오전 9시2분께 북측 지역인 개성공단내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했다며 “아직 남북접촉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측 연락관과 북측 연락관 즉, 남북 연락관간에 이번 접촉의 장소, 대표단 구성, 의제 등 제반 실무적인 사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절차는 당초 북한이 지난 16일 남측에 당국자 접촉을 제안하면서 의도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남북 연락관간 실무접촉에 대해 “남북간에 사전에 합의된 절차는 아니다”면서 “통상적으로 남북간에 회담이 열리면 밟는 수순”이라고 밝혔다.

북측 개성공단관리당국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당시 남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중대 사안을 통지할 것이니 관리위원장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와 함께 21일 개성으로 오라’고만 통보했었다.

남북 양측에서 각각 몇 명씩 참석해 어디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할지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

북측이 접촉을 제안하면서 이렇게 통보한 것은 이번 당국간 접촉의 형식을 가급적 `비공식적 만남’으로 만들어 그 의미를 축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이후 남북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당국간 대화를 거부해왔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선 가급적 `남북간 공식 대좌’의 의미가 부각되기를 원치 않았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반면에 정부로선 북한이 먼저 당국간 접촉을 제의했다고 하더라도 덥석 응하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신중한 자세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접촉이 남북간에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북한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될 경우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당국자는 “이번 당국간 접촉에 임하는 정부의 입장은 신중하게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임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측의 이 같은 `모양 갖추기’가 실제 접촉이 이뤄지는 데 다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남측이 구상하는 대표단 구성이나 의제 등을 북측이 문제삼고 나올 가능성도 완전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우리 대표단은 현장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되 단호하게 북한의 대응에 대처할 것”이라며 “북한의 강경태도엔 강경하게, 유연한 태도에 대해선 유연하게 대응하되 개성공단의 안정적 발전과 국민신변안전에 최우선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