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접촉, 전문가 진단

남북 당국간 개성접촉에서 북한이 내놓은 개성공단 임금.토지사용료 등의 재협상 요구는 자신들의 서방 외자 유치 노력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스스로는 공단 폐쇄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공단의 문을 닫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봤다.

또 남한 정부는 북한의 재협상 요구를 남북 당국간 대화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으나 북한은 남한 당국과 협상은 거부하고 현대아산 및 토지공사와 협상하려 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 개성공단 운영 조건에 대한 협상이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 회의를 표시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개성공단 카드다. 그 카드를 한번에 다 쓰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문을 닫고 싶은데 외자를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입으로 닫는다고는 말 하지 못한다. 남쪽이 문을 닫도록 유도하려 할 것이다. 어제 접촉에서 북측은 개성공단을 계속 끌고 갈지 말지 결정하도록 공을 남쪽에 던진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내놓은 요구중엔 토지사용료 유예기간 10년을 앞당기는 것 뿐 아니라 공단토지의 임차기간도 50년에서 25년으로 단축하고 근로자 임금 수준을 중국 수준으로 올리고, 숙소를 지어달라는 게 포함된 것으로 안다.

중국 수준 임금이라면 현재의 약 75달러에서 거의 3배 수준인 200달러로 올라간다. 정부가 받을 수 없는 카드를 던진 셈이다. 북측이 ‘우리는 거의 개성공단 폐쇄로 간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런 조건이라면 기업도 스스로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화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 북한도 개성공단 사업을 일방적으로 문닫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외자유치에 나선 입장인 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제 통보는 ‘우리가 먼저 닫지는 않겠지만 남측이 못한다고 하면 문을 닫는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북측 요구대로라면 지금 개성공단이 갖고 있는 현실적 메리트가 다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임금 인상은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인내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지금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다.

우리가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참여를 발표하지 않는 한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단을 폐쇄하지는 않을 듯하지만 발표하면 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PSI 전면참여는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전시상태이므로 개성공단내 남측 인원.물자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정부는 북측과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당국간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현재 미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켜 미국과 대화하려고 압박하는 큰 판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에 나설 것 같지 않다.

어제도 북측이 당국간 회담 형식을 기피하는 것을 보여줬다. 다만 북측이 종전과 달리 기업을 부르지 않고 당국을 부른 것은 ‘개성공단이 이렇게 어려워지는 것은 남측 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의도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이 스스로 책임은 피하면서 남측에 고통을 주고 분열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뭔가 계속 남쪽 사회에 논쟁이 될 만한 요구를 던지는 `저강도 고통.분열정책’이라고 생각된다.

어제 접촉은 남북 어느 쪽이든 먼저 공단을 폐쇄하는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는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고, 개성공단운영합의서 위반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계약파기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당분간 북측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려 할 것이다. 북측은 응하지 않을 것이나 우리는 설득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