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근로자.연안호 실마리도 풀릴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4일 방북을 계기로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비슷한 시기에 북한에 억류된 개성공단 근로자 유모씨와 최근 나포된 `800연안호’ 사건의 향배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주재원 유씨는 여기자들이 불법입경 등 혐의로 체포된지 13일이 경과한 올해 3월30일 체제비난, 북한 여종업원에 대한 탈북책동 등 혐의로 북한 당국에 체포된 이후 128일간 `묻지마 억류’ 상태에 있다.

또 연안호 선원 4명은 지난달 30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가 나포된 이후 현재까지 6일째 북측 “해당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사실 미국 여기자 문제는 유씨, 연안호 사건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여기자들이 풀려 나올 경우 유씨와 연안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의 이야기’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씨와 연안호 문제 조기 해결의 열쇠는 우리 쪽보다는 북측에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견해다. 현재 정세 속에서 북한이 어떤 대남기조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즉 북한이 클린턴 방북을 계기로 한 정세 변화의 기회를 틈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풀어갈 생각이라면 남측의 주요 관심사인 두 문제를 조기에 해결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유씨 문제 등의 해결을 계기로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면 금강산 관광재개, 개성공단 관련 현안, 쌀.비료 지원 등을 적극 제기, 실익을 도모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클린턴 방북 이후 북미당국간 대화가 본격화되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를 적극 풀어가는 것이 북미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씨 문제 등을 계속 카드로 쥐고 있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유씨와 연안호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관계의 진전 속도에 뒤쳐지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조기에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여론에 밀려 대화를 제의하고 대북정책에 변화를 줄 때까지 사안을 더 끌고 가려할 수 있다는 전망인 것이다.

이런 예상대로 북한이 `선 북미관계, 후 남북관계’ 순으로 대외 문제를 풀어나가려 할 경우 유씨와 연안호 문제 해결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유씨와 연안호 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해 정부는 향후 미국이 한.미간 철저한 입장 조율 하에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함으로써 북이 `통미봉남’을 시도해봐야 실익이 없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또 국내 민간에서는 북을 향해 `유씨 문제 등을 대남 카드로 삼으려는 생각을 접고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조속히 해결할 것’을 더욱 강도 높게 촉구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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