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에 북한 주민은 없었다

▲민속여관 입구에 십여명의 북한 안내원들이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했다.ⓒ데일리NK

영통사 성지순례는 영통사뿐 아니라 개성지역에 위치한 선죽교, 고려민속박물관 관람 등이 실시된다. 순례단은 개성공단에서 개성근로자들이 출퇴근 하는 길을 따라 개성시가지를 통과해 영통사에 도착, 관광을 하게 된다. 이어 개성시 중심가에 위치한 민속여관과 선죽교, 고려민속박물관을 관람한다.

북측은 유적지를 제외한 모든 곳에 대한 사진촬영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순례단은 단지 개성 시가지와 주민들, 개성외곽의 시골풍경 일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개성 시내에도 사람들이 무리지어 오고갔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대부분 어두운 컬러의 반팔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동 수단은 주로 자전거였다.

이들은 순례단이 타고 있는 관광버스를 유심히 바라볼 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곳곳에는 군인들이 부동자세로 관광버스를 주시하고 있었으며 순례단원들이 주민들과 접촉하는지를 예의주시했다.

그러나 간간히 몇몇 주민들과 어린 아이들만이 군인의 눈치를 보며 반가운 기색으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개성시 중심부에 도착하자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가로이 담배를 피며 삼삼오오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봇짐을 지고 힘겹게 이동하는 노인들, 10여명의 여학생들이 선생으로 보이는 사람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北, 개성 주민들과의 접촉 철저히 통제해

개성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져나갈 즈음엔 수 백 평에 달하는 밭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는 수십 명의 북한 주민들이 집단으로 땅을 일구고 있었다. 어린 학생들도 제법 많았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남측 관광객들을 주시했지만 손을 흔들지 않았다. 개성에는 논보다는 옥수수와 콩밭이 대부분이었다.

개성 시가지의 모습은 예상보다 깔끔하고 단정했다. 곳곳에 김정일, 김일성을 우상화한 선전문구와 김일성 동상만이 이곳이 북한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시내 곳곳에 이발, 옷 수선, 구두 수선 등을 할 수 있는 ‘종합편의’ 건물을 비롯해 ‘결혼식 사진관’, ‘이용원’ 등의 상호명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개성시가지의 집들은 단층집과 아파트형 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건물은 상당히 오래전에 지어진 것처럼 페인트가 벗겨지고 창문도 비닐로 막아 놓은 건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영통사는 개성 시가지를 통과해 개성 외곽시골 길을 통과해야만 갈 수 있다. 외곽 시골 풍경은 벌판뿐이었다. 산은 1m 남짓의 어린 나무와 풀로 우거지긴 했지만 거의 모든 산은 큰 나무가 눈에 확 띌 정도로 큰 나무들이 없었다.

▲민속여관 한옥 지붕 위로 김일성 동상이 어렴풋이 보였다.ⓒ데일리NK

기자는 반세기 이상 단절됐던 개성 시가지를 관광버스를 타고 단 10여분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한번도 본적 없는 개성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내내 아쉬웠다.

북측은 남측 관광객들을 안내한다는 명목으로 관광버스에 안내 요원 두명씩 동승시켰지만 이들은 사진촬영 등을 통제하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北 안내원 “북한 비판하는 남측 보수언론 문제 있다”

이들은 남한 사람들을 많이 겪어봤는지 스스럼없이 관광객들과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는 등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게다가 남한 사람들과 개성공단과 남한 대선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우리 차량에 탄 북측 안내원은 남측 언론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그는 “남측의 보수 언론들이 북한을 비판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등으로 시작해 연신 남한 언론에 대한 비판을 늘어놨다. 심지어는 중앙일보 한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왜곡 보도했다는 짜증 섞인 불평까지 털어놨다.

개성관광은 개성 시내 일부를 눈에 담을 수 있지만 주민들의 마음을 가슴에 담아가기 어렵다. 주민들과 접촉을 금지한 ‘가두리 관광’은 넘을 수 없는 벽으로 다가왔다.

북측 안내원들은 사진촬영뿐 아니라 유적지 및 영통사에서 북측이 승인하지 않은 북한 사람들과의 대화는커녕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시도 자체를 막는다. 일반 북한 주민들도 우리들에게 접근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서는 남측 관광객들의 사진기를 일일이 다 검사했다. 혹시라도 안내원들 몰래 사진을 찍은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들은 성지와 유적지 사진을 제외한 모든 것을 지웠다.

한 관광객은 ‘북측 차량이 너무 신기해서 몇장 찍었는데 북측 간부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강제로 사진을 지워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허용하지 않은 사진을 찍을 경우 사진기를 압수하고 1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린다.

이날 영통사 성지 순례에 방문한 500여명의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두 개 이상의 기념품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민속여관, 고려민속 박물관 등에는 개성의 인삼, 술 등 특산물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매대(기념품 가게)가 2곳 이상 존재한다.

이곳에는 개성에서 생산하는 술, 꿀, 약초, 인삼을 비롯해 부채, 도장, 우표, 서적 등 각종 기념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서적은 김일성, 김정일을 선전하는 영문판 서적들과 우상화를 미화한 책들이 즐비해 있었다. 비싼 것은 무려 100달러에 달했으며 보통 50달러에서 싼 것은 10달러에 달했다.

북한 당국이 주민접촉·사진촬영을 극도로 단속하면서도 개성관광을 허용한 이유는 단 하나다. 달러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딜레마는 개성관광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개성공단 방문하는데 드는 일인당 비용은 16만원이었다. 500여명의 관광객들이 매대에서 기념품 구입에 쓴 달러까지 포함한다면 개성 관광으로 북측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번에 십만 달러가 족히 넘는다.

지도책에서만 보아왔던 개성을 실제 방문하면서 기자의 가슴은 계속 뛰었다. 그만큼 설레임과 반가움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풍경만 있고 사람은 없는 관광에 대한 허무함도 상대적으로 컸다. 북한의 체제 단속과 외화벌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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