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5개기업 첫 흑자…19개는 아직 적자인데?”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데일리NK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최근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4개 입주기업 중 5개 기업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의측은 “그동안 기업들이 지난 3년 동안 투자를 마무리 하고 순이익을 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5개 기업들은 앞으로 투자비용이 회수되면서 순이익 발생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성급한 장미빛 전망을 쏟아낼 경우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나머지 19개 기업(80%)이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고, 각 기업들의 낮은 생산성과 북한 노동자들의 기술 습득력 등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 사업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주장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사업이 성과적으로 진척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지만 북측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성급한 낙관, 개성공단 사업 차질 빚을 수 있어”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보통 기업의 손익분기점을 5년으로 보는데 개성공단 기업들이 3년 만에 순이익을 봤다는 것은 그만큼 개성공단이 사업이 잘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동 팀장은 “개성공단 사업이 너무 잘되고 있다고 비춰지면 북측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이 합의한 임금직불제, 임금 인상 등에 대한 원칙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임동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부장도 “설문조사 결과로 인해 북측이 현재 (개성공단)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현재 북측 인력 수급이나 근로자 발전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조사 결과 등으로 인해 북측이 현재 상태에 만족하고 안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특히 “개성공단의 지나친 낙관주의는 북측의 임금과 성과금 인상, 노조를 결성하려는 욕구를 부추겨 개성공단 사업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전년도 임금의 5%를 초과해 올릴 수 없다’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무시하고 지난달 남측 기업에 임금 15% 인상을 요구했다. 북한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1일부터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남북은 이달 초 조율 끝에 5%로 인상안에 최종 합의했다.

◆“개성공단 낙관론, 오히려 사업 차질 빚을 수 있어” = 설문 조사 결과 흑자로 전환한 5개 기업을 제외한 19개 기업이 여전히 적자상태이고, 이들 기업들의 평균 생산성은 국내 공장의 생산성에 비해 낮은 수준인 53.7%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북측 노동자들의 기술 습득 문제 등으로 인한 낮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개성공단 사업 성공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개성공단 기업 대부분이 재정 적자로 경영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는 김규철 남북포럼 대표는 “아직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순이익을 낸 5개 기업 중 3개 기업이 2억원, 나머지 2개 기업은 이보다 낮은 규모의 흑자를 냈다”면서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순이익의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경영의 이익으로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 섬유, 의류 업종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전기전자, 통신부품 생산 기업 등 다수의 기업들이 아직까지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소수 기업들이 순이익을 봤다고 해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개성공단 사업의 순항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개성공단 19개 기업이 추가 투자할 계획이 있다는 것도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긍정성보다 통상적인 투자계획에 의한 부지 확보차원”이라면서 “기업이 경영상 어렵더라도 향후 공장부지를 확보해 추가 투자를 대비 한다”고 덧붙였다.

북측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을 불러 일으킬 동기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주기업협회 이 부장은 “근로자 발전 속도, 즉 기술 습득 속도가 느리고 무엇보다 자본주의 사회처럼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경제적 유인이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과 비교해 생산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19개 기업이 계속해서 투자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반드시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사업 환경이 개선되는 속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하는 것이고 향후 통관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