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화물열차 운행 이모저모

개성공단 화물열차는 11일 오전 8시 25분께 남측 도라산역을 출발, 냉전의 상징인 군사분계선(MDL)을 한달음에 넘어 오전 8시 40분께 북측 판문역에 도착했다.

= 첫 운행에 실무선서 다소 혼선 =

판문역 중앙 선로로 들어온 기관차의 앞머리에는 `문산~봉동간 화물렬차 운행’이라고 씌어 있었고 둘레는 장미꽃으로 장식됐다.

첫 운행인 탓인지 양측 실무자 간에 다소 혼선도 빚어지기도 했다. 북측 승무원이 남측 기관사에게 화물의 인원과 명단을 달라고 요구하자 남측 기관사는 “차장차에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열차 화차는 총 12량으로 앞부분 7대는 현대아산 컨테이너, 뒷부분 3대는 팬코리아 컨테이너로 구성됐다. 앞부분 7대 중 6대에는 경계석이, 나머지 1대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삼덕통상의 고무혼합물이 실려 있었다. 팬코리아 컨테이너는 화물을 따로 싣지 않은 채 도착했다.

이어 오전 9시 10분께부터는 차량의 차장차를 북 측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

코레일 서울지사 차량팀 이정희(46) 승무원은 “제동호스는 남쪽과 달리 왼쪽에 있고, 북측은 검차원 표시 완장도 옛날 방식대로 그대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제동코크도 남측이 바로 빼서 쓰는 일체형인데 반해 북측은 손잡이를 잡고 풀고여는 복합집게형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관차 역시 북측 기관차가 4륜인데 반해 남측은 6륜으로 달랐다.

판문역에 홈이 따로 없어 남측 기관차가 도착할 위치를 흰돌로 표시한 차량 안전 표시돌도 인상적이었다.

또 역사 구내 깃발은 “화물렬차 운행”이라고 씌어있었는데 남측에서 제공한 깃발이 남측 표기방식대로 “열차”로 씌어있던 것을 북측이 밤새 “렬차”로 덧쓴 흔적이 엿보였다.

=李통일 “분단 막내리는 기적소리”, 권 참사 “통일민족사의 한페이지”=

경의선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개통을 기념하는 개통식은 북측 판문역에서 오전 10시50분부터 20분간 열렸다.

행사에는 남측에서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춘희 건설교통부 차관, 이철 코레일 사장 등 106명이, 북측에서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 박정성 철도성 국장, 개성시 철도관계자 및 개성공단 관계자 등 70명이 각각 참석했다.

이 장관은 축사를 통해 “화물열차의 힘찬 기적소리는 한반도의 심장이 다시 뛰는 역동적인 소리”라며 “냉전과 대결로 얼룩졌던 분단의 시대가 이 땅에서 막을 내리고 있음을 알리는 가슴벅찬 외침”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남북철도는 하루가 다르게 확대.발전하고 있는 남북경협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으로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을 비롯한 남북 경협사업들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며 “한반도 통합 물류체계 구축을 촉진해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호웅 책임참사는 축하연설에서 “분단의 장벽을 넘어 통일의 기적소리 드높이 화물렬차들이 오고가게 된 것은 더 없이 기쁜 일이며 통일민족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 의의있는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행사는 당초 예정보다 10분 일찍 시작됐으며 행사 관계자는 “북측이 통관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면서 남측 대표단이 예정보다 일찍 개성에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북측 참석자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행사장에 나와 남측 대표단을 기다렸다.

이 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오전 10시 35분께 행사장에 도착, 행사장 입구까지 마중나온 권 책임참사 등과 자연스럽게 환담을 나눴다.

이 장관은 “양 정상이 합의한 정상선언의 첫 결실로 화물열차 운행하게 됐다”면서 “내가 장관으로 취임한 날이다. 1년 만에 (이런 성과) 거두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에 권 책임참사는 “그간 애 많이 썼다”고 화답했다.

= 권 참사, 이 장관에 각별한 신뢰 표시=

기념행사를 마친 이재정 장관과 권호웅 내각참사는 오전 11시10분 판문역 귀빈실에서 개성공단 통근열차 등을 소재로 약 10분간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경의선 열차를 통근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북측에 요청했다.

그는 “현재 개성공단 통근 버스가 200여대인데 버스 1대에 근로자 100~120명씩 정원을 초과해 타고 다닌다”며 “내년에 통근버스 100대를 더 증차할 계획이지만 계속 늘어날 근로자 숫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원을 초과한 채 통근버스가 운행되는데 북측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성공단 열차 출퇴근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권 내각참사는 “오늘은 화물수송을 하고 내일은 인원 수송을 하는 게 당연한데 이재정 장관이 너무 욕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다른 욕심이 있는 게 아니라 북측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권 내각참사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장관에게 각별한 신뢰를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권 참사는 “북과 남이 대화를 하다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도와주고 싶은 분이 있고 외면하고 싶은 분이 있다”며 “이재정 장관은 선량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 화물열차 개성공단 제품 싣고 다시 남행=

이날 오전 8시 40분께 판문역에 도착했던 화물열차는 기념행사 후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싣고 오전 11시35분께 남쪽으로 출발했다.

출발에 앞서 남북은 화물열차에 컨테이너를 싣는 상차 행사를 가졌다.

이 장관과 이철 코레일사장, 김문수 경기지사, 권호웅 북한 내각참사, 박정성 철도성 국장 등은 판문역 앞 상차 행사장에서 사회자인 김병찬 아나운서의 “하나 둘 셋” 신호에 따라 신호 레버를 당겼다.

화물상차 신호가 떨어지자 판문역 철길 옆에 대기하고 있던 컨테이너 운반차량이 컨테이너 한 개를 화물열차에 실었다. 이 컨테이너에는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신발, 옷 등이 적재됐다.

기관차는 컨테이너 10개를 실은 화물차량 10량을 이끌고 미끄러지듯이 50m 가량 남쪽으로 움직였다.

화물열차는 기념촬영을 위해 역사 앞에서 약 5분 가량 정차했고 이 장관과 권 참사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화물열차 앞에서 악수했다.

이어 화물열차는 기적 소리를 세번 크게 울리고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철길 옆에 있는 사람들은 통일 열차를 향해 일제히 손을 흔들었고 철길 옆에서 축포가 터졌다.

=남북 일행 판문역 시찰=

이 장관을 비롯한 남측 일행과 권 내각책임참사를 비롯한 북측 일행은 화물열차 출발 이후 11시 40분께부터 약 15분간 판문역을 함께 시찰했다.

일행은 우선 판문역 2층에 있는 `북측 운행사무소’와 `남측 운행사무소’에 들렀다. 이재정 장관이 “소장을 보는 사람을 어제 내정을 했습니다. 윤승일 소장이 어제 임명됐습니다”라고 하니 북측 운행사무소 직원이 “이제 매일 통행을 하니까 운행 사무소가 매일 가동되게 됐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 층을 올라가 사령실에 들렀다. 이 장관은 “운용은 잘 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사령실에서 일하는 북측 직원이 “발전기가 가동되고 있다. 전기가 직접 공급이 안되고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저 보이는 하얀 선(개성공단 경계를 말하는 듯) 밖으로는 전기가 공급이 안됩니다”라고 했다.

이에 이 장관은 “지금 전기가 공급돼야겠네요”라며 김문수 경기도 지사에게 “경기도가 지원을 해주면 좋을텐데요”라고 말했지만 김 지사는 별 다른 코멘트를 하지는 않았다.

북측 직원이 이어 “발동기(발전기의 북측 표현)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말하자 권 참사는 “우리도 수력발전도 있고 뭐 그렇게 부담안가지셔도 됩니다”라고 웃으며 넘겼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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