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협상 타결…재발방지 주체 남북으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놓고 기나긴 줄다리기를 해오던 남북 양측이 14일 오후 7시 7차 실무회담에서 2차례 전체회의와 3차례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5개항으로 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채택했다.

지난 4월 8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켜 가동이 중단된 지 129일 만에 전격 합의된 것이다. 서명 주체는 남북 모두 ‘상부의 위임에 따라’로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북측 단장 박철수로 했다.

남북 양측은 그동안 여섯 차례의 회담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재발방지책을 1항에 넣었다. 남과 북이 합의한 재발방지책은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이번에 합의한 재발방지책에 앞서 북한은 이달 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재발방지와 관련 ‘북과 남은 공업지구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공업지구의 정상운영을 보장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합의 결과를 두고 우리 측이 그동안 재발방지책 ‘주체’를 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기웅 수석대표는 “출입차단, 근로자 철수를 누가 했는지 아는 것이고 뒤에 보장하는 내용들이 누가 보장하는지는 실제적 내용을 갖고 주어가 누군지를 보는 게 맞다”며 기존 입장을 내용적으로 관철시켰다고 설명했다.

남북 양측은 또한 이번 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 보상 및 관련 문제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향후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다른 합의 사항은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국제적 경쟁력 공단으로 발전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운영 ▲출입·체류, 투자자산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공단 재가동 위해 노력 등이다. 

3통 문제는 상시적 통행보장, 인터넷 통신과 이동전화 통신 공급, 통관절차 간소화 등 구체적 조치 이행에 합의했다. 통행은 현행 ‘3일전 특정 날짜·시간 통행 신청’을 ‘일일 단위 상시통행’으로 결정한 것이다.  

국제적 수준의 기업활동 보장 및 국제적 경쟁력 있는 공단 발전과 관련해서는 외국 기업들의 유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노무·세무·임금·보험 등의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하고 공동 해외 투자설명회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이번 합의서 이행문제를 포함, 공단 운영과 관련한 현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상설협의기구를 설치하고, 산하에 필요한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빠른 시일내에 기구들의 활동을 개시하기로 했다. 공동위원회는 중국 쑤저우(蘇州)공단 사례 등과 같이 남북이 공동으로 공단 운영 관련 현안 문제를 협의해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남북 양측은 이어 구체적인 재가동 시점은 향후 공동위원회 등을 통한 준비사항 등을 고려하여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또한 재도 개선은 공동위원회 등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하며 설비점검 방북은 북측과 일정·절차 협의 후 실시하기로 했다.

이처럼 개성공단 정상화에 남북이 7차례의 회담을 통해 합의함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이 가능성 높아졌다. 또한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상봉 재개까지 순항할지도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남북이 그동안 합의서를 채택하고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전례가 있었다며, 공단 재가동 시점,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서는 좀 더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데일리NK에 합의서를 채택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합의서가 나왔다고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남북이 합의서를 두고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