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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에 대한 한미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진행되면서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숨겨진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기본적으로 개성공단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면서도 “FTA 협상 대상은 미국산과 한국산 제품에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자리에서 “이 문제는 향후 실무협상과정에서 명확해질 것이다”고 말해 미국의 협상과정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미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과정에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겠다”며 협상에 임하는 단호한 태도를 밝혔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우리 정부가 각국과 FTA협상을 진행하면서 빠지지 않고 제기해 온 문제. 그러나 미국은 기존 FTA 체결 대상과 다르게 북한에 대해 긴밀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 개성공단은 민감한 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싱가포르와의 FTA를 체결하면서 개성공단 생산 제품에 무관세 적용을 합의했고, 한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간 FTA 협상에서도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무관세 지위를 부여했다. 또한, 한-유럽자유무역연합(EFTA)간 FTA 협정에서도 개성공단 제품의 내용물이 60% 이상 한국산이면 무관세 적용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은 FTA는 체결국가의 영토 내로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인 데다, 정치적으로도 북핵과 위폐문제를 포함해 범죄국가로서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편법적으로 무관세 특혜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종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우리 측 협상단 수석대표는 지난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협상 기밀이어서 밝힐 수는 없지만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고 했다.
김 수석대표는 “협상조건에 따라서는 결렬될 수도 있으며 양보 못하는 절대조건이 있을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협상지침까지 언급했다. 개성공단의 성패에 대북정책의 명운을 걸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참여정부 입장에서 국제적 신뢰를 확보와 수출 활로를 열기 위해 반드시 한국산 인정이 필요하다는 각오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미 FTA의 출발점이 한국 경제의 활로를 개척하는 차원에서 출발한 만큼 개성공단 관련 이슈가 양국 협상의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수석대표의 발언도 협상의 레버리지(지렛대) 확보를 위한 일종의 사전 공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개성공단 한국산 표시 문제는 우리측이 제기한 이슈이지 한미 FTA협상의 현안으로 볼 수는 없다”면서 “협상의 레버리지를 충분히 확보하자는 것이지, 이 문제 때문에 FTA가 결렬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