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인질화 우려 높지만 ‘폐쇄 카드’ 못꺼내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개성공단 출경 제한조치가 2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개성공단에 대한 최종 판단이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자 정부는 곧바로 다음날인 24일 국민 신변안전를 이유로 개성공단 방북(출경) 불허를 결정했다.


이같은 조치를 이어 오다 완제품 반출, 장기 거주자 피로 누적 등 진출기업들의 애로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방북 제한을 유지하면서도 원부자재 반출과 완제품 반입 등을 위한 운송차량 및 인원의 방북을 허용하는 조치를 취했고, 6일부터는 장기체류자 교대인원 방북도 허용해 이날 74명이 방북할 예정이다.

개성공단 체류인원은 6일 현재 389명이다. 3.26 천안함 사건 이후 700~800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11월25일) 안보장관회의를 통해 5.24대북조치를 유지하면서도 대북지원은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민간차원의 대북지원은 막지만 아직 개성공단 폐쇄까지 논의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개성(공단) 하나 남았다”는 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정부의 부담감이 적지 않아 보인다. 개성공단 투자금(2조3600억원), 공단 인프라 조성금 및 시설 투자비(7300억원) 등 총 1조3600억원 규모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또 정부가 공단 폐쇄를 결정할 경우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입주업체들은 최고 70억원 한도 내에서 투자금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정부가 최후의 카드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의 반발 및 경제적 손실, 남북관계 파탄 책임 등 정부가 독배를 마셔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정부 공단 폐쇄 결정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기업들이 버티기에 돌입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천안함 사건때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인원은 50~60% 수준으로 축소 운영했다가 기업들의 고충을 이유로 기존의 90% 수준까지 체류인원 올렸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보수진영의 한 학자는 “연평도 도발에 개성공단 출경 제한 조치를 결정한 것은 대북 유화적 조치”라며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하지 못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햇볕에 불과하다. 이어 “연평도를 공격해도 경협을 계속하는 우리를 보면서 북한이 무슨 생각을 하겠냐”라고 말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북한의 배타적 행정권이 일방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계속 둬서는 안된다. 방향선회가 필요하다”며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참가하는 국제컨소시엄 구성을 강구해야 한다. 이게 안 될 경우 공단 폐쇄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개성공단을 통한 평화정책이란 목적성을 상실했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극단의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단에는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시 개성공단이 정부의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즉 북측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인질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3일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개성공단 체류 인원이 향후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하는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 “정치 군사적 사안이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판단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상황 악화까지 전개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성공단에 고용된 북측 노동자는 4만4천명으로 이를 가족(3~4명) 단위로 환산할 시 개성공단 운영이 북측 12~16만여명 주민 생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4만여 명이 일시에 일자리를 잃는 것 역시 북한 역시 부담스러운 일로 조심스런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실례로 천안함 사태 때 우리 정부가 대북 대응 조치로 대북 교역·교류를 중단하자 북한군은 개성공단 폐쇄로 위협했지만 실제적 조치로 이어지진 않았다. 당시에도 정부는 근로자의 생계문제와 달러 수입 등으로 북한이 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했다.


대북 소식통은 연평도 포격 이후 개성공단 내 분위기에 대해 “북측 인원들도 언행을 주의하고 (출경 금지 등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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