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협력의 상징으로 출발했던 개성공단이 출범한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인원과 물자의 개성공단 반입을 막은 지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공단의 가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7일 통일부와 입주기업 관계자 등에 따르면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원자재와 가스 부족 등으로 인해 총 13개 업체가 가동을 중단했고, 사태가 장기화될 시 가동중단 기업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북한이 식자재 인입도 차단하면서 현지 체류 인원의 식자재 상황도 곧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입주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일주일분 정도의 식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 기업들 사이에서는 5일이 북한의 민속명절인 ‘청명절’이었고 7일은 공단 공휴일이기 때문에 8일에는 정상 가동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형성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3월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세 차례에 걸쳐 육로통행을 차단하기도 했다. 당시에 가장 오랫동안 통행을 차단한 것은 4일 동안이었다.
입주기업 A사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북한 스스로 지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입주기업 사이에서 다음 주 초에는 북한이 물류 반입을 재개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B사 대표도 “거의 모든 입주기업이 식자재, 원부자재, 에너지가 모두 떨어진 상태로 이미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면서 “다음 주 중에 통행 재개가 되지 않는다면 공단 자체가 살아날 희망이 없기 때문에 모든 기업체에서 재개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북한 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내 북측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상황에 동요하는 움직임은 별로 감지되지 않으며 정상적으로 조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개성공단 근로자들 사이에서 ‘그동안에도 아무리 정세가 긴장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일을 해 왔다. 이번에도 이러다 말 것이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업들 사이에서 북한의 최근 발언과 행동 등을 종합해 볼 때 폐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C사 대표는 “기업들은 폐쇄를 바라고 있지 않지만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폐쇄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현재 거래처에서 개성공단 업체들하고는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이번 주에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북한의 개성공단 위협 카드가 핵실험 이후 조성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을 완화시키기 위한 ‘물타기용’이기 때문에 북한의 추가 위협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개성공단 폐쇄 위협 등)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면서 “원래부터 북한은 개성공단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한시적 폐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 및 입주기업들이) 차분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가동중단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장·차관이 주재하는 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여러 채널을 통해 최대한 빨리 물류 통행을 재개할 것을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