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역외가공지역 지정 원칙동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하는데 미국이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부속합의에는 추후 구성될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이 포함됐다. 물론 미국이 요구하는 내용을 충족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어있다.

이러한 방식은 미국의 양보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조건에서 개성공단 문제가 딜 브레이커 역할(협상을 깨는 역할)보다는 협상의 불씨를 살려두는 이른바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양측이 의견을 모은 것이다.

미국은 싱가포르나 이스라엘과의 FTA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인정한 바가 있다. 우리나라도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ASEAN)과의 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인정받았다.

합의문안 공개를 통해 구체적인 부분이 확인되겠지만 이에 따르면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지정은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상황과 근로기준 등의 조건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핵심은 한반도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북한과의 교역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법률인 적성국교역법 등의 해제를 가져오게 된다. 비핵화가 진전돼 미북 관계정상화가 이뤄지면 개성공단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미-북 수교도 미 당국자가 밝히듯이 북한이 다방면에서 국제사회의 룰을 준수할 때 가능하다. 개성공단이 비핵화와 연동될 경우 한반도 경제공동체라는 큰 그림에서 장기적인 밑그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성공단은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국제 기준의 노동관계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레프코위츠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기회만 되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를 거론해왔다. 국내에서도 북한 노동자 임금이 직접 지불 되지 않고, 고용계약도 개별 노동자를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추진해오면서 쌀은 지키고 개성공단은 얻어야 한다는 협상 원칙을 내세웠다. 노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서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이 두 가지만큼은 정치적 계산이 짙게 깔려있다. 개성공단은 대북 포용정책의 핵심 기반을 지키고 지지세력이 FTA 취지에 동의하게 만들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따라서 정부가 향후 미국과 어떤 자세로 마주 앉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로 유인하는 정책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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