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숙소문제 어떻게 풀릴까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숙소 건설 문제가 남북관계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 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남북간 교류 .협력 부문에서 개성공단의 비중이 더 커진 가운데 양측 합의사항인 숙소 건설 문제가 공단 사업의 진퇴에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숙소 건설에 따른 북측 근로자들의 결속 강화가 기업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숙소 건설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숙소 문제 왜 시급한가 = 개성 밖의 북한 인력을 데려와 일을 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공단 인력 공급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수가 3만3천명을 넘어 선 가운데 개성 시내에서는 기업들이 원하는 20~30대 여성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게 됨에 따라 벌써부터 입주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 수천명의 공급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측은 우리 기업 측에 `4만명(전체 근로자수)까지는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개성 인력으로 그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입주 예정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미 기존 입주기업들의 인력 수급도 지연되고 있는 마당에 현재 공단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52개 업체들 역시 약 8천명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곧 추가로 투입될 통근버스 100대를 활용, 개성시 인근 지역의 인력을 데려오는 방안과 20~30대 여성 위주의 근로자 연령대를 넓히고 남성 채용을 더 늘리는 방안 등 대안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의 도로 사정을 감안할 때 버스가 개성시 외곽까지 원활히 다닐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기업들은 기술 습득력이 좋은 20~30대 여성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입주를 결정한 만큼 연령 폭 확대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숙소 둘러싼 남북 입장차 = 숙소 건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배경에는 남북 당국간의 신경전과 개성공단 사업 확대에 대한 우리 정부의 미묘한 입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남북은 작년 12월 1만5천명 수용 규모의 공단 근로자 숙소를 건설키로 하고 2008년 초 부지 측량 및 지질조사를 거쳐 상반기 중 착공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합의를 이행하려면 당국간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3월말부터 당국간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은 합의만 이행하면 되며 대화는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당국간 대화 문제가 장벽이지만 그 이면에는 북핵 문제와 개성공단 사업 확대 문제를 연계하는 정부의 입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즉 핵문제의 앞길이 불투명한 지금 정부로서는 지난 정권이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적 확장을 염두에 두고 합의한 기숙사 건설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이다.

기업들이 예정대로 입주할 경우 공단 1단계 건설이 끝나는 2010년 말에는 총 8만~10만명(약 450개 업체)의 근로자가 필요한 만큼 인력수급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주공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핵 프로세스가 정체 또는 퇴보하고 남북관계도 지지부진할 경우 현재 정부의 정책 기조에 비춰 공단이 8만~10만명 규모로까지 확대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능성을 감안한 정부는 작년에 합의한 1만5천명 규모의 숙소 건설을 단건으로 보지 않고 전체 개성공단 사업의 향배와 연결짓는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또 북측 영토 안에 숙소를 짓는 일 역시 크게 보면 대북 지원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후 대북 물자 제공 및 지원을 보류한 정부의 방침과 충돌할 소지도 있다는게 당국의 시각이다.

실제로 김하중 통일장관은 지난 10일 “금강산 사건도 나고 민감하기 때문에 기숙사 문제를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북 유연성 발휘해야 문제 풀려” = 전문가들은 남북이 당장의 인력수급난을 해결한다는 실용적 목표을 위해 한 발 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은 기숙사 건설과 관련한 대화에 나서야 하며, 우리 정부도 기숙사 건설이 우리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는 만큼 최소한 기존 합의 사항은 이행한다는 바탕 하에 북과의 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박사는 “숙소 문제에 대해 기존 합의대로 갈 것인지, 기숙사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하자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만큼 남북 당국간 논의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현재 태도를 바꿔 숙소 문제에 한해서라도 당국간 대화에 응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홍익표 박사는 “기숙사 건설 보다는 산업도시 개발 같은 보다 안정적인 노동력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우리 기업의 이해도 걸려있는 만큼 인력 문제의 단기적 처방 차원에서라도 합의된 숙소는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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