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생산품 ‘땡처리’ 한다기에 가보니…







▲개성공단 제품을 ‘땡처리’한다는 포스터(왼쪽), 매장 안 모습(오른쪽 상단), 매장 밖 모습(오른쪽 하단) /사진=구준회 기자


기자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개성공단이 최근 수개월간 중단돼 납품일을 맞추지 못해 쌓인 공단 재고품을 ‘땡처리’해서 판매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익히 알려진 데로 북한 당국에 의한 개성공단 조업의 일방적인 중단으로 입주 기업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를 현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어 기자는 25일 땡처리 현장을 찾았다.   


땡처리 현장 주변에 이르자 ‘개성공단 재가동 납기지연 적체상품 긴급처분’이라는 포스터와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긴급조치 1호’라는 말과 함께 90%세일(할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경영난이 심하면 공단 생산품을 90%나 할인할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일단 판매상들에게 개성공단 사정을 들어볼 심사로 판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 안은 바람이 몹시 부는 추운 날씨임에도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꽤 많았다. 매장을 한 바퀴 쭉 돌아보니 대부분의 제품은 질이 좋고 가격도 괜찮았다. 기자도 개성공단 제품을 하나 사려는 요량으로 몇몇 매장을 들어가 보았다.


가장 먼저 매장 가운데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00모직을 들어갔다. ‘개성공단 제품이냐’는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개성공단 제품은 스포츠용품과 아웃도어 매장에 가보셔야 됩니다”며 “우리 매장은 다 국내 제품입니다”고 은근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매장 관계자 말처럼 개성공단 제품은 ‘made in DPRK'(북한산(産)이나 ‘made in kaesong'(개성산))으로 표시된다.


바로 맞은편 아웃도어 매장을 찾았다. ‘등산복 바지가 만원!’이라고 적힌 문구가 눈에 띈다. 가격도 저렴해서 그런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시 개성공단 물품이 맞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집은 아닌데” “저쪽으로 가봐”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으로 가본 곳은 구두 매장이 이었다. 하지만 구두 매장에서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아웃도어 매장을 찾았다. 매장 관계자는 “개성공단 제품? 아마 있을 거야” “태그(tag)를 확인해봐야 하는데” “태그 확인해봐”라며 옷들을 가리켰다. 그러나 개성 상품을 찾을 수 없었고 이후 다른 매장 여러 군데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찾아봤지만 모두 한국산이었다.


버젓이 ‘개성공단 생산품 땡처리’ 선전해놓고 개성공단 제품이 없다는 것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는 매장 관계자들을 통해 의문이 풀렸다. 이날 매장에는 개성공단 생산품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 한국산이었다. 개성공단 제품으로 선전하면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셈이다.


지난 9월 종로에서 진행한 ‘개성공단 발전기원 물품 판매전’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한재권 회장이 직접 나와 물건을 판매해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개성공단 땡처리를 준비한 기획자는 북한의 개성공단 일방 중단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것을 이용하려는 심사로, 개성상품 땡처리라는 과대 선전을 벌인 것이다. 특히 이날 만난 땡처리 행사 관계자는 개성공단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북한의 일방적인 중단으로 120여 개의 입주기업들은 현재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상당수 기업이 개성공단에서의 조업 포기를 고민하고 있고 실제로 공장 철수를 결정하고 매각 수순을 밟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학수고대했지만 북한의 신통치 않은 협조로 조업 중단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단순 판매 촉진 목적으로 개성공단 제품이라고 선전했겠지만 한평생 일군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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