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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 ‘꿈의 직장’으로 불리며, 개성공단 근로자로 들어가기 위해 수십 만원에 이르는 뇌물까지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척방문차 중국 단둥을 방문한 김재정(男·45·평양거주)씨는 2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과거에는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요새는 다르다”며 “괜히 친척 도움 받으려고 중국에 다녀오는 것보다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나도 여권을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중국에 왔으나 취직은 고사하고 친척의 방조(도움)를 받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차라리 여권 만드는데 들어간 돈으로 뇌물을 주고 개성공단에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자는 조선(북한)돈 70만원, 여자는 20만원 정도의 뇌물을 고이면(바치면) 개성(공업)지구에 들어가 취직할 수 있다고 한다”며 “나도 여권을 발급받는데 들어간 돈 200달러(약 70만원)를 뇌물로 썼으면 개성공단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씨에 따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뇌물을 주고 개성지구에 들어갔으며, 지금도 빈 자리가 생기면 (뇌물을 주고서라도) 개성지구에 들어가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것.
개성공단이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씨는 “개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월급에 해당하는 만큼 ‘물자공급표’가 지급되는데 이 공급표를 잘 이용하면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공식 월급은 60달러 수준인데, 이중 소액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물자공급표’ 형태로 지급받고 있다.
개성지구에는 개성공단 노동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 몇 곳이 있는데, 그 상점의 물건 가격은 장마당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싼 국정가격 수준이라고 한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지급받은 ‘물자공급표’를 이용해서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해서, 거간꾼(거래를 중개하는 유통업자들)들에게 차액을 남기고 물건을 넘겨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거간꾼들이 개성공단 노동자들에게 ‘이번에는 쌀 몇 kg, 이번에는 맛내기(조미료)와 콩기름 몇 kg’ 하는 식으로 필요한 물건을 먼저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물자공급표로 해당 상품만 대량 구입해 거간꾼들에게 넘기면, 거간꾼은 장마당에 되팔아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김 씨는 또 “개성공단 노동자들 중에는 생산품이나 지급된 물자를 몰래 한 두 개씩 빼내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렇게 모아둔 물건을 버스 운전수와 짜고 인근에 숨겨두었다가 일정 분량이 되면 거간꾼에게 넘기고 돈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뇌물을 주고 개성지구에 들어갔으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본전을 빼내려는 생각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