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 물품 도난 北 당국이 원죄(下)

군수품을 생산하게 되면 일단 국가로부터 식량 배급이 나오고 적은 봉급이라도 받게 되며 또 공장도 어느 정도 살 궁리를 할 수 있게 된다. 한 달에 평균 7~10일, 길어서 보름씩은 생산이 진행되는데 그 기간은 온 공장이 ‘전투’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관심과 전투는 계획된 생산량 달성이 아니다. 생산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벌이는 ‘전투’는 간부들이 떠드는 ‘계획’과 ‘제품의 질’이 아니라 바로 먹고 살기 위한 ‘도둑 전투’다.

생산이 진행되는 동안에 하나라도 많이 채서 챙겨야 다음번 생산이 진행되기 전까지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하는 것. 이것이 노동자들이 말하는 진짜 ‘전투’다.

사실 생산이 진행되는 동안 간부들은 “가내반”(계획생산 외 주문 제품을 생산하는 단위)을 이용해 주문 신발을 만들어 자기들의 이속을 채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도적질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이득도 없다.

결국 생산 기간에 노동자들은 생고무나 반제품, 완성품 한 켤레라도 빼내어 외부로 가지고 나가 개인 장사꾼들에게 팔아야만 부족한 식량이라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산 기간이면 눈에 ‘달’이 뜬다고 할 정도로 생산품 챙기기에 열을 올린다.

신발공장은 ‘날아다니는 먼지도 돈이다’고 할 정도로 부수입거리가 많다. 첫 공정인 준비 직장에서는 생고무를, 다음 공정인 고무롤 직장과 재단 직장에서는 반제품(고무 테이프와 신발천)을, 완성 공정인 비닐 직장, 프레스 직장, 평상직장, 장화직장들에서는 완성 제품을, 그야말로 사생결단하고 개인 빼돌리기에 나선다.

심지어 공장 주변에 사는 아이들까지 공장 후문으로 들어와 석회석을 채가다 들키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장 벌이가 되는 것은 생고무인데 시기별로 1㎏당 350~500원 가에서 오르내리기 때문에 공장안에서 ‘눈깨나 돈다’는 노동자들은 경비대를 끼고 ‘생고무 운반’에 전력을 다한다.

그렇게 나간 반제품들은 또 신발을 만드는 개인들에게 팔린다. 신의주 신발 공장 주변인 방직동과 친선동, 동중, 동하동 지역 주민들은 신발을 전업으로 살아가는 개인 신발업자들이 많다. 이들이 만드는 신발의 장점은 공장 신발보다 모양이 예쁘고 싸지만 단점은 공장 신발의 수명이 3개월이라면 개인생산품은 겨우 1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자들은 공장에 일하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문 ‘도적질(자본주의라 한다)’ 하려 나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공장 자체 관리부나 인민보안부, 보위부 등 단속 기관들 뿐 아니라 당위원회, 참모부, 온 공장 간부들이 달라붙어 통제해도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들에게는 그 ‘자본주의 행위’에 자신과 가족의 생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처음은 먹고 살려고 시작했는데 차츰 돈맛을 들이기 시작해 오직 ‘돈벌이’로만 일나오는 노동자들도 부지기수다.

고무롤 직장과 재단직장에서는 주로 바닥을 뜨고 테이프를 자르고 갑피(신발의 천 부분)를 재단 할 때 잇속을 챙긴다.

바닥은 본 두께 1.7㎝라면 1~1.2정도 되게 뜨며 나머지로는 ‘자본주의’용 바닥을 만들어 완성 공정에 팔고 테이프도 같은 방법으로 조절해 판다. 갑피는 두께 조절은 할 수 없으므로 본 규격보다 2~3 ㎝ 작게 재단해 남은 천으로 역시 ‘자본주의’를 해 완성 직장에 판다.

바닥 한조에 5~7원, 갑피 한조에 지하족은 35원, 운동화, 편리화는 60~70원, 이것은 옛날가격이다. 최근에는 생고무가 평소에는 5천~7천원이고 심지어 1만 2천원까지 가격이 상승하면 생고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우성이다. 공장의 일반 신발은 공장 밖으로 나오게 되면 2500~5000원 가격에 팔린다.

새로운 생산체계가 나오면서 당국에서 자재를 대주지 않고 자체 수입으로 원자재를 모두 구입해야 하는 조건이다. 이것도 생산을 못하니 자금 부족으로 자재 구입이 될 수가 없다. 간신히 공장 자체의 외화벌이 자금으로 생고무를 사오면 그나마도 저마다 ‘지본주의’를 하느라 여념이 없어 공장 재산은 남아나는 것이 없다.

완성에서는 사들인 반제품으로 신발을 만들어 경비대와 내통해 공장 외부로 내다 판다. 완성 직장 사람들 중에는 반제품을 사는데 들어가는 돈도 아까워 생산용으로 넘어온 고무 테이프를 조절하느라 규정대로 사용하지 않고 늘구어 붙이다가 불량을 많이 내 “무더기 불량”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신발은 호수에 따라 테이프의 규격이 다른데 가령 여성용 편리화 35호에 붙이는 테이프의 길이가 120㎝라면 80~90으로 늘궈서 붙이고 나머지 테이프는 잘라서 자본주의용 신발을 만드는데 쓴다.

공정에서마다 근로자들이 저마다의 ‘자본주의’를 하다나니 결국 완성품이 무더기 불량으로 나오는 건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 갑피불량, 테이프불량, 기포불량, 바닥불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국가 감독원들에게 걸려 온 공장이 “생산 중지”를 당하기도 한다. 공장 간부들은 그들대로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시범에 걸린 노동자들을 “노동단련대”에 보내기도 한다.

아무리 그래도 공장에 목숨을 건 노동자들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그러면 노동자들뿐인가, 아니다. 간부들은 더 한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신발공장 노동자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내놓고 말한다. “간부들은 주문이요 뭐요 하면서 내놓고 해 먹는데 우리는 자본주의라도 해야 살 것 아닌가”라고.

생산이 시작되면 간부들은 가내반 주문은 가내반 주문대로 하고, 또 담당 직장 간부들에게도 부탁한다. 노동자들은 몇 십 켤레 정도지만 간부들은 보통 150켤레는 넘게 한다. 그러니 “간부는 큰 도적, 노동자는 작은 도적”이란 말이 노래처럼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

언젠가 한 노동자가 몇 번이나 경비대에 단속되던 끝에 두 번 ‘노동 단련대’에 갔다오자 담당 보안원이 “야, 이 놈아, 좀 소리 안 나게 해 먹어라. 온 공장이 다 해먹어도 안 걸리는 놈은 안 걸리는데 넌 왜 자꾸 소리를 내냐”고 말한다. 그야말로 온 공장에서 물건을 빼돌린다는 말을 스스로 자백한 것과 다름없었다.

‘인민의 어버이’라는 김정일이 자신의 몸 밖에 생각하지 않는 조건에서 인민들도 국가나 당을 믿지 못하고 자기 살 궁리만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곳에 개성공단이 들어갔으니 도둑질은 아예 생산비용으로 처리하고 들어가야 손익 계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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