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대가 현물로 주자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 후 한국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까지 쌀과 비료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북한의 현금 수납처 역할을 하고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민간사업체의 일반적 경제관계”이므로 유엔의 북한제재결의안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본말이 전도(顚倒)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즉 북한인민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인과관계가 있는 지원인 식량과 의약품은 분배 투명성이 한국정부의 직접 지원보다 훨씬 큰 WFP와 WHO를 통해 지원해야 하나, 전용 가능성이 거의 분명한 현금은 북한에 더 이상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일 정권과 북한인민과의 명백한 분리원칙에 따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김정일 정권에는 상응하는 벌을, 그러나 이와 무관한 북한인민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의 주의와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정부의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식량과 의약품 지원은 이번처럼 남북 정권들 간에 심기가 뒤틀리거나, 남북한 국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을 경우 중단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가능하면 분배투명성을 확보한 제3의 기관을 통해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알곡에서 대포, 땅크 나온다” 발언은 군수산업 증강 의미

식량지원과 관련하여 정부 측에서는 쌀과 비료지원을 북한의 6자회담의 복귀와 연계시키고 있지만 내심은 국제사회에 내걸 수 있는 적절한 명분만 있으면 가능한 빨리 재개하고 싶어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식량문제를 그때그때의 남북관계와 연결시키지 말자는 주장에 노무현 정권이 기를 쓰고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정부는 현재의 대북식량지원도 분배 투명성이 있다고 강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쌀 10만톤에 1명 정도의 감시관이 파악한 분배 투명성과 수많은 탈북자와 내부소식통을 통하여 확인된 분배 불투명성 간에 어느 쪽에 객관적 신빙성을 부여할 수 있는지는 자명하다. 한국정부는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쌀지원이 형식적으로는 차관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막대한 분량의 쌀을 북한에 그냥 던지다시피 주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적극 옹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WFP는 철저한 협상을 통해 얻어낸 새로운 감시제도를 통해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로 이루어진 특별히 취약한 북한주민 190만 명에게 식량지원을 하려고 한다. 국제적으로 최선의 감시제도가 없는 상황 하에서 남한의 ‘사실상 감시가 없는 식량원조(virtually unmonitored food aid)’에 비해서는 견고하며 따라서 지지를 받을 만하다[The other North Korean crisis. Shyama Venkateswar, Joel Charny].

다른 한편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가 설사 분배 투명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북한정권이 식량구입에 사용해야만 하는 외화를 절약해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렇게 절약된 외화가 다시금 대량살상무기 등의 생산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식량원조의 중지를 주장하는 측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말하여 알곡을 생산하면 먹는 문제가 풀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서 대포도 나오고 땅크도 나오고 비행기도 나옵니다[김일성의 1967년 연설].

북한경제전문가인 정광민 박사는『북한기근의 정치경제학』에서 이 대목을 “곡물을 많이 생산하여 식량을 사들이지 않게 되면 그 절감분으로 군수공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분명히 군수공업화를 위한 ‘외화절약론’이다.”(위 책, 73쪽)

北지원 현금 ‘선군 투입’에 다른 추측 필요없어

그렇다면 ‘식량원조를 중단하면 김정일 정권이 가용할 수 있는 외화를 식량구입으로 돌릴까’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북한에 극심한 기아가 시작된 90년대 중반 무려 8억 5천만불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탕진하며 김일성의 시체가 놓여있는 궁전을 치장하였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그 답은 분명하다.

첫째 김정일은 인민을 위한 식량구입과 정권유지와의 선택에서 정권유지를 선택할 것이라는 점, 둘째 북한주민이 다시 대량 아사하더라도 그것을 정권의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을뿐더러 차라리 더 폭압적인 통치를 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 상태에서 식량원조를 중단하여 북한의 외화를 식량구입비로 전용시키는 간접전략보다는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과 연대하여 김정일 정권에 유입되는 현금을 직접 막고, 미사일 판매, 각종 불법거래를 통한 외화벌이를 차단하는 것이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전략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월 21일에 있었던 한 TV 토론회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비판에 대하여 미국이 전사자 유해를 찾기 위해 2500만불 정도를 북한에 지급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 안하고, 왜 한국 민간인들의 정상적인 남북경협에 대해서만 비판적이냐라고 반문하였다.

토론회의 반대자들이 순간적으로 대답을 못했지만, 실은 이 질문 자체가 이장관의 대북정책의 본질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그는 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을 친미적 성향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친미적 성향에 ‘논리적으로 정당하게’ 대응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답은 간단한 것이다.

미사일 발사와 핵보유 등으로 유엔에 의한 제재결의안이 나온 이후에는 미국은 그 어떤 명목으로도 현금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 문제는 이종석 장관의 생각처럼 ‘피장파장의 논리’가 아니라 둘 다 잘못된 것으로 결론 내려야 하는 것이다. 즉 미국이 현금을 주는 것이 잘못 되었는데 왜 그것을 따라가야 하느냐고 ‘친미 비판자’인 이종석 장관에게 따졌어야 했다. 또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현금이 가장 먼저 어디로 쓰일지는 실은 김정일 스스로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바로 ‘선군’이 그것이다. 다른 어떤 추측도 필요가 없다.

분배 투명 현물지원, 주민들 살린다

그렇다고 필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조건을 바꾸든, 아니면 국회에서 대북경제협력에 관한 법을 제정 혹은 개정해서라도 현금지급을 분명히 차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금대신 북한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으로 거래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자들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솔직히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 노동자들에게 월급으로 쌀 20kg짜리 2푸대를 주는 것이 남한기업의 입장에서는 같은 돈으로 훨씬 많이 도와주는 방법이다. 현재 개성공단의 근로자들은 월임금 57.5불에서 이것저것 때고 30불을 공식환율로 교환, 북한 돈 약 4500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공식 환률로는 1.5불, 쌀로 4kg 정도다.

다른 한편 쌀 40kg이면 북한 돈으로 약 5만원 정도이고 공식 환율로 333불, 비공식 환률로 16.5불 정도다. 물론 북한정권이 이런 저런 명목으로 떼어가는 것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조건하에서 북한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현물지급방식은 통일 전의 동서독간에도 있었던 일이다.

서독은 동독의 정치범을 데려오기 위해서 현금 대신 현물을 주었을 뿐더러, 동독에 차관을 주더라도 현금을 준 적이 결코 없다. 왜냐하면 그 현금이 최신 군사장비로 둔갑해 서독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독간의 왕래가 없었다거나 긴장이 특별히 고조된 상태도 아니었다. 당시 서베를린에서 전철을 타면 직접 동베를린의 역에서 내릴 수 있었고, 가족의 상호방문은 물론 나이가 많은 경우 가족통합도 가능한 시절이었다.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현물지원을 매개로 한 경제교류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제 현 정권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할 점은 식량지원중단은 결코 오래 끌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폭우와 홍수로 북한의 식량난은 가중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김정일 정권은 지금까지의 패악적 행태로 보아 북한주민들의 아사사태를 방관할 것이고 그 책임을 한국, 미국, 일본 등 북한에 제재조치를 하고 있는 나라로 돌릴 것이다. 이런 사태가 닥치게 되면 피해의 당사자 북한인민들에게는 김정일 왕국에 태어났다는 죄 이외에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점에서 윤리적 갈등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쌀 지원 중단을 계기로 북한식량지원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여 지원하는 것을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은 주장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켜 북한정권을 바꿔 보겠다는 것은 마치 융단폭격과도 같이 비효율적이고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북한정권의 돈 줄을 물샐 틈 없이 죄는 대신 북한인민에 대한 생존을 보존해 나가는 방법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윤리적으로 실행가능한, 굳이 군사용어를 빌어 말하면 목표물만을 타격하는 ‘스마트 폭탄’ 같다고 할 수 있다.

홍성기/아주대 특임교수(철학박사)

홍성기(洪聖基)
-서울출생(1956)
-경기고, 서울대 독문과 졸업
-뮌헨대 철학석사
-자르브뤼켄대 철학박사(논리학, 동서비교철학)
-아주대 특임교수(현)
-주요논문 : <용수의 연기설><괴델의 불완정성 정리 비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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