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근로조건, ILO에 조사 맡겨라

▲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 ⓒ연합

제이 레프코위츠 美 북한인권특사가 <월스트리트 저널>에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자 통일부가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레프코위츠 특사는 지난 4월 2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와 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북한인권 관련 토론회 연설을 통해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노동권에 대해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개성공단의 노동권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조사·평가한 뒤 유엔에 보고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30일 “편파적 시각이고 내정간섭”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부정하는 것은 북한주민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한 것으로 반인도적, 반인권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새 증언 “개성공단 노동자 실질임금 북한돈 6천원”

그러나 필자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하루 2달러 이하” 주장과 또 한국정부가 말하는 월 57.5달러 임금 지급이 과연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물론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은 한국 기업이 지급하니까 월 57.5달러는 분명히 맞을 것이다. 필자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지급된 57.5 달러 중에 노동자에게 실제 주어지는 액수가 얼마냐 하는 것이다. 만약 57.5달러 전액이 노동자에게 주어진다면 북한 내부의 노동자에 비하면 개성공단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과연 57.5 달러가 다 주어질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주 장모 탈북자가 개성공단에 종사하는 노동자로부터 확인한 데 따르면 ‘하루 2달러 이하’가 아니라, ‘월 2달러 수준'(북한 장마당 시세 약 6천원)를 받고 있다고 중언했다. 그는 또 임금을 ‘달러’로 받는 것이 아니라, 북한돈 6천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만약 개성공단 노동자의 증언이 틀림 없다면 임금 57.5달러 가운데 96.7%인 55.5달러를 북한당국이 가로채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북한 내부의 일반 노동자 평균 월급 3천원에 비하면 2배로 높지만, 이러한 착취행위는 이 세상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북한에 있을 때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개성공단 노동자가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은 월 6천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노동자들의 노동력은 김정일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하며, 따라서 개성공단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김정일의 지시로 6천원으로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지금 김정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달러이고, 또 노동자는 달러를 소유할 수도 없게 되어 있으며, 게다가 임금 6천원이라면 일반 노동자에 비해도 2배 정도 높으니까, 김정일이 북한돈 6천원으로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ILO에 조사 맡기는 것이 사리에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한-미 간에 개성공단 임금문제를 둘러싸고 신문에서 서로 ‘말 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사실을 있는 그대로 조사해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레프코위츠 특사가 개성공단의 노동권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 등 제3의 기관을 통해 조사,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사리에 맞다.

한국정부 관계자도 레프코위츠 특사에게 “편파적” “반인도적” “반인권적” “일방적” “단선적”이라고 비난만 하지 말고 한국기업이 주는 임금 57.5달러가 실제로 노동자에게 그대로 주어지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한국기업에서 주는 노동자 임금이 웬 엉뚱한 자가 몽땅 가로재 간다면 한국기업도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가?

현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가 나올 때마다 북한 주민의 실제 생활이 좋아지는 것이 먼저라고 늘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실제 생활이 좋아지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57.5 달러를 주는데, 북한당국에 다 빼앗기고 손에 쥐는 것은 북한돈 6천원 뿐이라면 노동자의 실제 생활이 좋아졌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요즘 한국정부는 개성공단이 얼마나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주기 위해 외국손님들까지 모셔다가 현장 시찰을 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그 시찰이 수박 겉핥기나 하고 돌아오는 것이라면, 더욱이 임금의 96.7%를 소매치기 당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면 외국손님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하여튼 지금이라도 한국정부와 통일부 관계자들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국제노동기구((ILO)에 조사를 맡기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北주민 근로조건 개선 왜 두려워 하나?

참여정부에는 과거에 남한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한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먼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문제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과거에 남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ILO 관계자들을 불러 들였듯이, 참여정부가 나서서 개성공단에 ILO 관계자들을 불러 들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앞뒤가 맞다.

더이상 말할 것 없이, 참여정부는 ILO 관계자들을 불러들여 개성공단 근로조건 문제를 조사토록 하자. 그것이 북한주민의 실질 생활을 높여서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길이다.

참여정부의 ‘북한인권론’이 정정당당하다면 아무 것도 두려할 게 없지 않은가?

이주일 논설위원(평남출신 2000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