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對南압박’ 화약고 떠오르나?

햇볕정책 10년간 남북관계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개성공단’의 앞날이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 북한 정세 변화 등으로 인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에 대해 경제적 관점을 우선시하겠다고 했지만 남북관계 경색 및 북핵 문제의 답보 상태에서 추가 투자와 운영 확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최근 불거진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이로 인한 북한 내부의 정세 변화로 남북경협 사업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신중한 태도를 ‘반통일 세력’의 음모라고 매도하며 대남 선전의 빌미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21일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수만 명이 입주하는 기숙사를 지을 경우 근로자들의 집단화로 노사갈등과 체제가(남북간)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측이 개성공단 인력수급 문제와 관련해 1차적으로 요구하는 기숙사 건설에 대한 유보적 입장을 공식화 한 것이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도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금강산 사건도 나고 민감하기 때문에 기숙사 문제를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 노동신문은 이에 대해 “우리측 노동자 숙소 문제를 꺼내자 대규모의 노동자 숙소를 만들면 ‘집단화에 따른 노사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느니 뭐니 하며 노사분규가능성 문제를 들고 나왔다”며 “개성공단지구 사업마저 파탄시키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문제는 노사갈등 운운 그 따위 당치 않은 구실을 내대고(내세우며) 이제 남은 개성공업지구 사업마저 파탄시키자는 것이라는데 있다”며 “사태는 리명박 역도의 반민족적인 관점과 사고방식이 계속되는 한 북남관계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북한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이 대통령의 개성공단 기숙사 발언은 “북남협력 사업의 사업과 특수성도 모르는 반통일적 궤변”이라며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을 반대하는 극악한 반통일 역적만이 내뱉을 수 있는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사이트는 이 대통령을 “북남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주범”이라고 지목한 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하고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려는 극악한 반북대결 광신도로서의 역도의 정체가 다시금 낱낱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북측의 이같은 격렬한 반응은 개성공단이 북측이 계속해서 남한에 이행을 요구하는 6·15. 10·4선언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향후에도 대남압박 측면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할 측면이 크다.

그러나 북한 내 정세에 이상이 발생하고, 북핵 사태의 교착으로 남북관계의 경색이 더욱 심화될 경우 개성공단의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18일 “김정일 위원장이 향후에 개성공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며 “평양에서 조만간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또한 북핵 문제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개성공단 2단계 사업 추진은 지켜봐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이다. 현재 10·4선언 합의에 따른 개성공단 2단계 사업 및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 해결에만도 3조3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미 노동자를 나이 많은 사람으로 교체하거나, 신청한 인력의 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개성공단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는 “보이게, 또 보이지 않게 우리 정부에 압박의 신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얻는 수익은 노동자들의 임금밖에 없고, 오히려 개성관광보다도 수익이 낮다”며 때문에 “북한이 남쪽에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개성공단 인력을 철수시키는 상황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