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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북한의 경제특구에 해당한다. 분명한 북한 영토이지만 남한 기업이 진출해 있고, 북한이 스스로 현행법 적용을 상당 부분 자제한 지역이다. 이같은 조건에서 남한에서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이 8.2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성에 있는 기업은 남한과 북한 법률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만약 현지기업이 북한의 기업임을 이유로 남한의 법률을 따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가.
30일 서울 정동 배재대 학술 연구 센터에서 북한법연구회와 한국법학교수회 북한법특별위원회 주최로 ‘개성공단 지원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 학술 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주된 논제는 남북한의 주권이 모두 닿는 개성 공단에서 관련 법제를 어떻게 정비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실 이효원 검사는 ‘개성공단지원법의 북한적용 실용성 확보방안’ 논문에서 “분단 상황에서 남북한 법률 충돌은 일반적인 국제법원칙이나 일방의 법이론에 따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범위 내에서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한 법률이 충돌할 때 어느 하나만을 적용할 수 없다”면서 “북한 개성공업지구법과 그 하위규정의 규범적 효력을 최대한 인정하면서 체계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도 하위법령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근무중인 김광길 변호사는 ‘개성공단내 남측 투자자산에 대한 권리 확보방안’ 논문에서 소유권, 저당권, 국유재산관리를 중심으로 법제 정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토지를 전면적으로 국가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이 북한 토지법이지만 북한 개성공업지구법은 토지이용권과 건물 소유권에 관한 근거를 따로 마련했음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평화통일을 위한 화해와 협력의 동반자로 활동하는 한 개성공업지구법과 그 하위 규정은 외국 법률과 같이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사법을 준용하는 것 때문에 남북 관계가 국가간 관계로 오인받을 수 있다”며 “민족내부 거래 원칙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 남북사법관계에 관한 특별법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욱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남북 특수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 지향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특수관계”이며, 따라서 “법적인 측면에서도 동태적, 탄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열린 개념”이라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법은 북한을 외국으로 볼 때는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그는 “개성현지기업에 대한 지원, 독자적인 통행 및 반출입제도 규정 등을 볼 때 지원법은 비교적 충실하게 민족내부거래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날 학술회의는 개성공단 법률 정비가 선례를 찾기 힘든 어려운 작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일 통일의 예에서 많은 선례를 가져오긴 했지만 개성 공단에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개성 공단을 통한 법제 정비가 장기적으로 통일 법률 수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