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차단 조치에 따라 사실상 우리 국민이 ‘억류’된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월요일인 16일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만약 한 주가 시작되는 16일에도 통행차단 조치를 유지할 경우 ‘억류’는 장기화 될 수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오는 20일 끝나는 ‘키 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나온 만큼 20일 전후로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정부는 현 상황을 ‘억류’가 아닌 ‘귀환 지연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개성공단 입·출경이)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실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15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현재까지 통행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과 북측 당국에 구두 메시지를 보내는 선에서 차분한 대응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자칫 우리가 먼저 강경 대응을 할 경우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남북관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16일 중 북한이 공단 왕래를 허용할 경우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방북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당면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왕래의 정상화 그리고 귀환에 관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인택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문창섭 개성공단 기업협의회 회장도 “입주기업들로서는 북측이 통행을 재개하면 일부 인원이라도 왕래를 해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장 가동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자와 인력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는 16일에도 통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억류 사태’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정부도 유의하고 있다.
실제 만사에 ‘티격태격’ 해오던 정치권도 이날만은 한목소리를 냈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개성공단의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남측 근로자들의 귀환을 막는 것은 남북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이자, 인간 기본권에 대한 침해”라고 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도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억류기간이 장기화 될 경우 보다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하고 국제사회에서 규탄 여론을 조성하는 방안 등을 단계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키 리졸브’ 훈련기간 이후 남북통행이 정상화되더라도 현 남북관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장기적 대책마련도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남북간 통행을 보장키로 한 합의가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추후 다시 비슷한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및 통행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담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현 장관은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단 사업이 한반도의 정치·군사·안보적 상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제대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보장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의 훼손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국민의 신변 안전에 위해가 되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이어질 경우 특단의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개성공단은 민간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구조”라면서 “기업들이 가동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 ‘중단’ 역시 고려할 수 없는 여건이다.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처음부터 잘못된 출발을 했다”면서 “북측과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개성공단이 사실상 ‘볼모’ 상태인 만큼 이같은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북한에서 정상적인 출입 동의서가 올 경우 개성공단에 출경하는 인원과 차량은 총 655명, 348대다. 북에서 남으로 입경 예정인원은 214명, 차량은 158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