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3차위기’냐 `반전’이냐

남북관계 경색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개성공단이 21일 있을 남북접촉을 계기로 또 한차례의 태풍을 맞게 될지, 아니면 봄바람을 맞이하게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 접촉에서 북한이 개성공단과 관련한 추가적인 강경 조치를 내 놓느냐, 공단 발전에 도움되는 긍정적 제안을 할 것이냐에 따라 공단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성공단은 올해 2월말 기준으로 101개 업체가 생산라인을 가동중이며 33개 업체가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단계로의 확대는 커녕 1단계 부지에 입주 예정이던 250개 업체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진퇴 양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주문 취소 등의 피해를 보고 있고 공장을 짓고 있는 업체들은 개성 인력만으로는 근로자 공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북이 이번 접촉에서 대남 강경 조치를 통보할 경우 개성공단은 작년 말 상주 허용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통행시간대를 대폭 축소한 `12.1조치’를 막 시행했을 당시와 세차례의 통행 차단조치가 내려졌던 지난 달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에 이어 또 한번 `바람 앞의 등잔불’ 처지가 될 수 밖에 없다.

북측 태도를 부정적으로 예상하는 쪽에서는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억류 사태와 우리 정부가 발표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 현안과 관련,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만드는 조치를 내 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6자회담 탈퇴, 영변 핵시설 복구 등 초강경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및 관련 현안을 카드 삼아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예상이다.

만약 유씨 사건의 장기화를 의미하는 내용을 통보하거나, `유씨의 위법 행위에 남측 당국이 개입됐다’는 등 주장과 함께 공단 사업에 제약을 가할 경우 정부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부는 현인택 통일장관 등 당국자를 통해 누차 `개성공단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공단 사업이 개선의 희망없이 파행을 거듭할 경우 잠재적 인질이 될 수 있는 공단 내 국민의 신변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막다른 선택을 강요받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일로 21일째 공단에 억류돼 있는 유씨 사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평소 많게는 1천명 이상인 개성 체류 인원의 신변 안전을 담보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남북관계 긴장이 계속 고조될 경우 정부로선 공단 인력의 일시 철수 같은 `독한 처방’을 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북한이 정부가 이미 방침을 결정한 채 시기를 조율 중인 PSI 전면 참여와 개성공단 사업을 연결지어 `전면 참여시 통행을 불허하겠다’는 등의 압박을 해올 경우에도 정부는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반면 북한이 억류된 직원 처리 문제와 관련, 석방 또는 접견을 허용하는 한편 개성공단 숙소 건설과 같은 공단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문제를 협의하자고 해올 경우 상황은 반대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작년 10월 남북 군사실무자 접촉때도 대남 비난으로 일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삐라 살포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육로 통행을 원활히 하는데 필요한 군 통신 관련 자재.장비를 달라는 실무적 제안을 했다.

만약 북한이 그때처럼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제안을 해올 경우 우리 정부도 이를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도 적극 호응할 가능성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이번 접촉은 끝이 안보이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바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기업협의회 유창근 부회장은 “최근 입주기업들은 북한 당국을 상대로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상황’에 놓여 있음을 집중 거론했고 북측 공단 관리당국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북측이 이번 접촉에서 개성공단 발전과 관련,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 놓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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