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서 훔친 물건 장마당에 넘겨 팔아”[6]

▲ 북한의 내부 소식을 전하는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잡지 ‘림진강’

– 경제회복에 대한 조선(북한) 간부들의 생각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조선의 경제가 회복 된다” 그런 고민이 있는가?

일단, 당대회가 열리지 않은지도 오래됐고 또 경제 문제를 놓고 일꾼들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토론하거나 협의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그런 깊은 고민을 하는 간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특히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난해한 수수께끼처럼 조선의 경제분야는 워낙 상처도 깊고, 경제 문제에 정치적․문화적 문제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마디로 어떻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러나 2002년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 화폐가치가 10분의 1정도로 급락한 것을 발단으로 하여 2003년 종합시장 개설까지 1년간의 시장 폐쇄, 2004년 기업관리 개선 시도의 파탄, 2005년 배급제 복귀 시도 파탄 등만 보아도 현재의 기본적 경제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는 있다.

즉 “일시적 곤란이다, 예전대로 하면 다 된다”며 변화를 불허하는 국가 상층부의 보수적 주장이 한편에 있고, 이에 응할래야 응할 수 없는 광범한 중․하층이 다른 편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의 경제가 회복 되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해 내는 국민합의기구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경제부문 간부로서 경제회생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개인적으로는 건전한 생산노동을 통해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돈을)벌어 살아갈 수 있는 경제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첫째, 소멸한 사회주의 시장을 대신하는 대외 경제관계의 복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둘째, 국제관계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경제 질서를 국내에 세우도록 경제개혁을 해야 한다.

또 강대국들의 대조선 정책에서도 정치적 압력이나 군사적 압력 외에 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도들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현재 조선의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 경제인”들이다. 표면상은 ‘선군정치’지만 그렇다고 주민들이 모두 전쟁군인인 것은 아니다.

선군정치도 내면적으로는 “개인축재”를 그 원동력으로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누구나 다 제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외국이 그 노동력을 사 줄 때에야 비로서 사회가 가속도를 얻게 될 것이다.

– 일반 주민들의 공장 출근율은 어떠한가?

현재 일반 주민들은 개인축재가 ‘영(0)’이기 때문에 노동력 투하되는 동시에 보수가 지급되어야 노동력 재생산과 가족부양이 가능하다. 그런데 직장에 나가봐야 고작해서 평균 4천~5천원의 월급에다 고정 식량배급인데 그마저도 줄지 말지 늘 불안한 상황이다. 월급을 받는다고 해도 간부나 부자의 담배 몇 갑 어치에 불과하다.

식량배급도 700그램은 명목뿐이지 실질은 539그램(이 수자에는 기업소나 지역의 차이가 있다) 정도 밖에 안 된다. 국가통계를 보아도 조선 노동자 가족의 인구 1인당 하루 급식량이 평균 400그램 정도이다. 그러니 한끼에 130그램만 먹으라는 소리다. 부식물도 없는 형편에서이다.

노동자가 목숨을 유지하고 노동도 하려면 유기체의 요구라는 생리적 최소 필요량은 만족시켜 줘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조선은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음성적 절도를 부추기는 장본인이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세상에 어느 누구가 절도하고 직장을 이탈하여 장사하며 살아가는 것을 좋다 하겠는가? 60년대까지 우리 노동자, 농민, 사무원들 속에는 이런 ‘절도 문화’가 없었다.

– 개성공단은 어떤가?

개성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개성공단도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곳 종업원들은 누가 어쩌든 간에 매일 아무거라도 주머니에 한 가지씩 넣고 나오지 않으면 허전해서 못 배길 정도가 되었다.

현재 조선의 일반적인 모습과 같이 개성공단도 공장에서 훔친 물건을 장마당에 넘겨 팔아야 비로써 취직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공구면 공구, 부품이면 부품, 자재면 자재 모두 해당된다. 부품도 매일 하나씩 내다가 끝내 완성품을 하나 조립해서 판다.

여하튼 외국제는 뻰찌(펜치)하나도 질이 좋아 장마당에서 값이 나가니까. 우리 뻰찌는 1만원 미만인데 한국제는 4만, 5만씩 막 부른다. 개성에 진출한 한국 경영자들이 이런 문화에 어떻게 대처 하겠는지를 흥미있게 보고 있다.

또 내 추측으로 한국 기업들의 북에 대한 경제적 타산 중의 하나가 아마 “인건비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겠는데, 실제 노동력의 공급에서 서로 충돌이 일어나면 북 정부와 남 기업간의 모순이 어떻게 해결되어 갈지도 몹시 궁금하다. 이건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문화적 문제이다.

– 그런걸 보고 북의 경제 간부들은 안타까워 하는가?

물론이다. 그러니까 “중국이나 한국과의 경제교류에서 우리가 여러 가지 제도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노동의 자유’ 환경 제공이 우선적이다, 그러자면 조선에서 그에 맞는 경제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다 한다.

창간호에 실린 기사의 허두(虛頭)에서도 말했지만, 간부들도 대부분 속으로는 개혁개방을 바라는데 겉으로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자나 깨나 개혁개방을 생각하는 간부들에게 그 기대에 대한 배신감 및 불만이 축적되는 걸 바라는 건지, 당대회도 안 하고 간부들을 다 밀어 버리는 ‘선군정치’를 계속 하는 것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다. (계속)

※ 림진강 구독신청 www.asiapress.org/korea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