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근로자…불안속 진지하게 ‘한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고 후보자가 누군지 잘 몰랐지만 최선을 다해 지역 일꾼을 골라 표를 던졌습니다.”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27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부재자 투표가 실시됐다. 근로자들은 이날 개성공단 폐쇄 위기까지 거론되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일반 투표소에서는 보기 어려울 만큼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 탓인지 투표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부재자 신고를 한 개성공단 근로자는 오전 221명, 오후 164명 등 총 375명. 근로자들은 오전 152명, 오후 97명 등 모두 245명이 투표해 투표율 65.3%(잠정 집계)에 그쳤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17대 대선과 18대 총선 당시 각각 76.3%와 75.0%의 투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시계업체에서 일한다는 장시영(58)씨는 “정부에서 체류인원을 축소하면서 부재자 신고를 하고도 개성공단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라며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보니 투표율도 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주시 선거관리위원회 이강주 주임은 “개성공단이 생긴 이래 치러진 대선이나 총선보다 투표율이 낮은 편”이라며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인 데다 불투명한 공단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두 차례에 걸쳐 출입사무소 입경장으로 들어선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출입사무소 2층 식당에 마련된 부재자 투표소로 이동해 후보자 홍보물과 투표용지가 들어있는 봉투를 받았다.


개성에 체류하는 동안 후보자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근로자들은 식당에 마련된 책상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누가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는지 하나하나 세심히 살폈다.


연료펌프 업체에 근무하는 구모(52)씨는 “남한에서는 선거유세 등을 통해 누가 나왔는지 알 수 있지만 개성은 그렇지 못했다.”라며 “누가 누군지 잘 몰라 꼼꼼히 살펴봤다.”라고 말했다.


의류업체에 근무하는 한 근로자는 “개성에서 어떻게 투표하는지 교육은 받았지만 내가 지지하던 후보가 나오는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라며 “신중하게 생각한 후 투표했다.”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또 8명이나 되는 후보들을 한꺼번에 찍으려니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자제품 업체에 근무하는 김모(63)씨는 “교육감에 투표하는게 제일 힘들었다.”라며 “얼굴을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감의 소속 정당마저 없으니 누굴 찍을지 참 난감하더라.”라고 말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문무홍 위원장은 기표소에 들어간 후 10여분간 나오지 않으며 후보자 공보물을 살피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투표를 실시한 개성공단 근로자들 사이에선 최근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 조치와 우리 정부의 대응에 따른 불안감도 묻어나왔다.


신발업체에서 일한다는 한 근로자는 “개성공단 사람들은 공장이 빨리 정상화되기 바랄 뿐”이라며 “아무래도 공단이 잘 운영될 수 있게 하는 후보를 찍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출입사무소는 이날 하루 우리 국민 505명이 개성공단으로 올라가고 638명이 귀환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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