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産특례는 비핵화·관계개선이 관건

한국과 미국은 2일 타결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제품의 원산지 문제를 매듭짓지는 못했지만 이른바 빌트인(built-in) 방식을 적용한 부속합의서를 통해 해결 여지를 남겼다.

부속합의에는 추후 구성될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측이 당장 미국의 `OK’를 받아내는데는 실패했지만 역외가공이라는 논리로 한국산 원자재가 일정 수준 이상 투입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공을 들인 결과, 협상의 불씨를 살려놓은 셈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의 높은 문턱을 없앨 수 있는 기회가 향후 협상으로 미뤄지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으로서는 당분간 대미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당장 4월말로 잡힌 1단계 잔여부지 53만평에 대한 일괄 분양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부속합의에 지정 조건이 붙어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조건’ 내지 `기준’의 내용은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 상황과 근로기준, OPZ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가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향후 낙관도 비관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근로환경 문제는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에서 향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다 비핵화 문제도 이제 막 시작한 비핵화 초기단계 조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측은 지난해 `북측 노동자의 일당이 2달러도 안된다’는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의 주장에 대해 근로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 왔지만 자칫 노동권 문제로까지 비화할 소지도 있다.

그러나 여러 기준 가운데 핵심은 비핵화 진전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비핵화가 조건으로 붙었다는 점은 미국이 개성공단산을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유가 정치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될 경우 개성공단의 원산지 문제도 함께 풀릴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낳고 있다. 이 정치적인 이유로는 넓게는 북.미 간의 오랜 적대 관계가, 좁게는 북핵 문제가 꼽힌다.

결과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북.미 관계가 개선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당연히 핵시설 폐쇄.봉인에 이어 불능화로 이어질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에서 논의하기 시작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대북 적성국교역법 적용 해제 문제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적성국교역법에 따라 미국에서는 북한산 제품을 수입할 때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관세도 정상교역국(NTR)에 비해 2∼10배에 달하는 고율이 적용되고 있어 사실상 북한산의 대미 수출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잇따르고 이에 상응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고 적성국교역법 적용까지 푼다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사례를 봐도 미국은 싱가포르나 이스라엘과의 FTA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인정한 적이 있다. 게다가 우리측이 체결한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ASEAN)과의 FTA에서 개성공단산에 특혜관세를 인정받았다.

종합적으로 볼 때 당장은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기는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6자회담이나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시장을 노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나아가 이번 부속합의서가 개성공단을 특정하지 않고 OPZ로 포괄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포, 신의주, 원산, 함흥 등지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 경우 추가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물론 북.미 관계가 불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 경우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는 한미 간에 장기적인 현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공단 800만평을 포함해 2천만평 부지에 3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개성공단 개발사업도 대미 수출이 불가능할 경우 대기업이나 첨단 분야의 기업들이 외면하면서 두고두고 장애물이 될 공산이 크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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