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모자’를 모르셈?

▲ 집회나 학습때 많은 박수를 쳐야하는 인민들

부시와 초딩이 채팅방에서 만났다.

부시: 야, 너 무기 내놔. 있는 거 다 알고 왔으니까. /초딩: 즐.
부시: 너 안 내놓으면 공격한다. /초딩: 헐.
부시: 진짜 안 내놔? /초딩: 까셈.
부시: 뭐? /초딩: 무슨 말인지 모르남? 모름 즐.
부시: 너 내가 누군지 알고? 나 미합중국…어쩌구… /초딩: 난 리니지 레벨 50이다.
부시: 이게 무슨 헛소리야. /초딩: 즐.
부시: 너 정말 죽을래? /초딩: 즐즐 ‘초딩’님께서 나가셨습니다.
부시: 우와아악!!

한때 인터넷상에 떠돌던 ‘부시 VS 초딩’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초딩’의 얘기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마도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이 아닐까 고민해 봐야 한다.

이처럼 ‘즐’, ‘헐’, ‘까셈’, ‘~삼’ 등은 최근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네티즌들간의 통용되는 은어이다. 한마디로 자신들만의 언어인 셈이다.

우리와 같은 은어가 북한에도 사용되고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남한에서는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인한 언어유희적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은어는 다르다. 북한 은어에는 사회 풍자적 의미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자신의 의사를 자유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는 북한 사회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은어들은 대부분 당을 비방하거나, 비꼬는 뜻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재앙당’은 중앙당이 재앙만 가져온다고 하여 당을 비꼬는 말이다. 레닌모를 쓰고 다니는 당간부를 비꼬는 뜻에서 ‘개똥모자’라는 말도 있다.

또한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보니, 식량난을 나타내는 은어도 널리 퍼져 있다. 폭탄을 맞아 움푹 들어간 것처럼 그릇에 조금만 담긴 밥을 일컫는 ‘폭탄밥’ 으로 부르거나, 얼굴이 누렇게 뜨고 신경쇠약에다 몸도 바싹 마른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을 일컬어 ‘개탈병’이라고도 한다.

그 외에 ‘가루밥’이나 ‘대패밥’, ‘염소재도탕(소금만 넣고 끓인 죽)’등의 표현들도 있다.

북한 당국의 정책과 주민통제를 비방하는 은어도 있다. ‘박수보약’과 ‘용광로(아궁이)등이 대표적인 예다. ‘박수보약’은 집회나 학습 때 박수를 많이 쳐야 신상에도 좋다는 뜻의 은어이다. 또한 ‘용광로(아궁이)’는 주민들을 모아 각종 선동구호를 선창하게 하는 집회장을 뜻하는 말이다.

아무리 벗겨도 내용이 구태의연한 북한 당국의 정책을 ‘다마내기정책’이라고 말하며 비꼬기도 한다.

‘구들공사’라는 말도 있다. 자식이 많아야 배급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들방에서 부부관계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배급제가 중단되면서 이 말은 거의 쓰이지 않았을 성 싶다.

이현주 대학생 인턴기자 lh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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