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추모 중단하라

만수대언덕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동상이 있는 평양시 중구역 만수대 언덕에 헌화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일성 사망 25주기 날입니다. 당국은 추모를 위한 정치행사에 온 종일 주민을 동원했습니다.

오전 8시부터 태양상과 교시판, 현지지도 사적비에서 대대적인 꽃 증정 사업이 진행됐습니다. 각 공장과 기업소에서는 모든 성원들이 선전실에 모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추모학습회, 강연회, 회고모임’을 12시까지 진행했습니다. 낮 12시에는 모든 주민이 일제히 김일성의 동상을 향해 추모 묵념을 실시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김일성의 혁명역사 연대기를 해설하는 ‘도록해설’과 어록을 강연하는 ‘말씀침투’ 모임에도 참가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오후 5시부터는 조선중앙통신이 내보낸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서거 25주년 중앙추모대회’를 시청해야 했습니다. 당국은 말 그대로, 주민들은 하루 온종일 추모 행사에 강제로 동원한 것입니다.

주민들에 대한 강제 추모 준비는 이미 6월 말과 7월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4일 양강도의 한 주민은 “혜산시 상하수도관리소 당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8시에 전체 직원을 소집해 ‘며칠 있으면 수령님(김일성) 서거 25주년이 다가오니 특별경비를 조직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동원 지시를 하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당 위원장은 ‘남자들은 김일성·김정일 동지 혁명역사연구실 경비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가하라’며, ‘몸이 아픈 대상이 있는 경우에는 대신 아내라도 내보내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당위원장은 또 ‘얼마 전 혜산 시내 수도공사에 40명 직원 가운데 10여 명만 동원된 일이 있었다’면서, ‘모두가 주인된 입장에서 일에 떨쳐나서야지 이렇게 덜 돼먹게 일해서야 어떻게 하겠는가’ 나무라며, 추모 기간 모든 사업에 불참자 없이 성실히 참가하라고 다그쳤다고 전했습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주민들을 추모 행사에 강제로 동원한단 말입니까? 추모는 죽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의 인품과 공덕을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추모는 떠난 사람을 그리고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때, 가능한 것입니다. 당국의 감시와 지시에 못이겨 강제로 참가한 추모행사에서 어떻게 고인을 기리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올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거부감만 생길 것입니다. 특히 경제 사정이 어려워 그날 그날 생활하기도 벅찬 인민들에게 강제 추모행사 참가는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국은 시대착오적인 추모제 강제참가를 중단해야 합니다. 추모행사에 참가하고 싶은 주민들은 참가하고, 참가하고 싶지 않거나 참가할 여건이 안되는 주민은 참가하지 않아도 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인민에게 자율적인 의사 결정권을 주는 것은 인민이 주인인 나라의 기본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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