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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대학 강정구 교수님은 모 인터넷 신문에 기고한 ‘맥아더를 알기나 하나?’라는 칼럼에서 “6.25전쟁은 북한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자 내전”이었으며 “만약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이내 끝났을 것”이라는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파문이 커지면서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 120여명은 서울 중구 소재 교수님의 집으로 몰려가 사진을 불태우면서 사법 처벌을 요구했다. 발언 내용도 문제인데다 재학중인 학교 교수님의 사진이 불태워지는 모습에 필자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강 교수 파문이 학교에까지 미치면서 동국대 홈페이지에는 강정구 교수의 ‘퇴출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필명을 사용하면서 ‘사회지식층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는 의견이나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키므로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 등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의 한 단면일 뿐 의견이 다른 교수 퇴출에 반대하는 의견’으로 갈려 논쟁이 진행됐다.
현재는 인도철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김병관 학생에 의해 ‘강정구 교수 추방위원회’ 출범까지 제안된 상태다.
교수님은 평소 사회학과에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많은 교감을 나누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학교 주최로 진행되는 4.19 등반대회에 학생들과 함께 산에 오르기도 하고 직접 특별강연회도 하신다. 특히 많은 대외활동으로 곧잘 언론을 타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국대 학생들 상당수 무비판적으로 수용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교수님에 대해 이유 없는 경외감을 갖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다른 교수님들은 대개 자신의 연구분야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지 사회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학자 특유의 말투로 ‘그런 면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면도 있지’라는 식의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소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이런 강의에 식상한 학생들은 좀더 간단명료하고 확실한 방향을 제시하는 주장에 끌리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대학생들이 머릿속에 찰싹찰싹 달라붙는 ‘구호’나 ‘선동’에 쉽게 반응하는지도 모르겠다.
강 교수님이 가지고 있는 학내 영향력은 무척 크다. 배우는 입장에 있는 학생들은 평소 민족적이고 자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교수라는 직함으로 민족주의라는 이미지까지 씌우다 보니 학생들은 그 말이 정설인양 외우기까지 한다.
강교수, “전쟁 희생자 400만명은 미국이 원수”
강 교수님은 장문의 글을 통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맥아더 동상은 철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의 근거 중에 하나로 6.25 전쟁이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민간인 100만 명을 포함해 전쟁 전후 희생자가 400만 명에 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책임이 미국의 전쟁 지휘관 맥아더에 있다는 것이다.
교수님은 희생자들에게는 미국은 원수라고 말했다. 교수님의 주장은 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은 초등학생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6.25 전쟁으로 350만 명에 달하는 민간인 피해자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100만 명이 학살됐고 그 주범이 미국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 없이 과장된 것이다.
북한이 6.25 전쟁을 통일전쟁이라고 주장해도, 결과적으로 민족의 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분단체제를 고착시킨 불법남침 전쟁이었음이 증명되었다. 6.25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불법 남침한 김일성에게 물어야지 남침을 저지한 미국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사고다.
교수님 주장대로라면 전쟁을 일으켜 자유민주 질서를 전복하고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 하려한 김일성에게 굴복하고 북한 체제로 편입됐어야 옳았다는 말이 된다. 백번 양보한다 해도 이러한 논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유엔군의 참전은 체제와 인명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택이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남한을 공산화로부터 지킨 유엔군의 희생을 오히려 인명살상 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6.25 전쟁 민간인 희생 책임은 김일성에게 물어야
북한은 6.25전쟁을 스탈린의 지원을 받아 치밀하게 준비해 일으켰으며, 이미 김일성은 해방 이후부터 분단 정권 수립을 시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소련 극비문서가 공개되면서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현재 북한은 전례 없는 수령독재와 기아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90년대 중반에는 6.25 전쟁 희생자에 버금가는 300만 명이 아사했다.
어떻게 이런 현실을 목전에 두고 6.25 전쟁이 통일 위업을 달성하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이를 방해한 미군이 6.25 전쟁 희생자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교수님은 과거 미국이 개입하지만 않았어도 통일될 수 있었다는 통일 ‘그 자체’만을 강조함으로써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는 많은 학생들을 호도하고 있다.
개인이 알고 있는 사실(사실이건 아니건)에 대해 누구나 표현할 자유가 있는 우리 나라지만 그것이 학생을 가르치는 신분일 때는 책임이 따르게 된다. 자신의 사상이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주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경대 방명록’사건이 잊혀져 갈 즈음 또다시 이런 이야기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교수님의 무책임한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동국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제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최옥화 /동국대 북한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