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공판 “분단은 美 주도적 책임, 소련은 보조” 주장

국가보안법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강정구 교수에 대한 공판이 10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526호 법정에서 열렸다.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공판장은 발 딛을 틈 없었다. 공판 시작 전에는 강 교수를 옹호하는 단체들과 우파 단체들간의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강 교수를 비난하는 고성을 외친 한 방청객이 법정 유치장에 바로 갇히는 등 초반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이 계속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공소장에 적시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강 교수의 변론이 이어졌다. 강 교수는 지난 해 6월 인터넷 매체를 통해 ‘6ㆍ25전쟁은 통일전쟁이었다’는 주장을 펼쳐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됐다.

강 교수는 이날 분단의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국에게 주도적 책임이 있고 소련은 보조적 책임이 있으며, 우리에게도 조금의 책임이 있어 이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에게 양비론적 시각으로 똑같이 책임을 지우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며 “그것은 미국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고 소련에게 덤태기를 씌우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미국이 反통일세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변함없다”며 그 이유를 장황히 설명하기도 했다.

남북한 정권의 정통성 문제에 관해서는 남한이 사회주의 체제로 편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통성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미국이 주도, 소련이 보조, 우리는 구경한 6ㆍ25전쟁?

그는 “해방당시 한반도 내부의 역사적 흐름을 봤을 때 사회주의가 주도를 이루었기 때문에, 사회주의 체제로 가지 않은 것이 사회경제적인 한 부분에서 정체성이 훼손되는 하나의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은 남쪽이 높기(우위에 있다는 의미) 때문에 문제가 안 되지만, 해방공간에서의 정통성 문제는 국가보안법이 철폐된 다음에야 자유롭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자신은 “미군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남한이 필연적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외세의 개입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외세의 개입이 없었다면)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가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라고 확신하며 희망사항을 단순히 기술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6.25는 통일전쟁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쟁의 성격은 전쟁 주체자의 목적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전쟁 당시 주체들이 모두 통일을 목적으로 상정했기 때문에 당연히 통일전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 날 공판에서는 강 교수의 학문적 이론인 ‘냉정 성역 허물기’에 대한 추궁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강 교수는 “냉전 성역은 자신은 무조건 선이고 상대방은 무조건 악마라는 맹목적 시각 속에서 형성된 성역”이라며 “주한미군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 연방제 통일방안은 적화통일이다, NLL 문제에 관한 것들이 전형적인 냉전 성역”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러한 냉전성역은 거의 허구이고 거짓말”이라며 자신은 학자적 양심을 걸고 이러한 성역 허물기에 나선 것이라고 항변했다.

강 교수는 ‘만경대 필화 사건’으로 지난 2001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이번 법정 진술에서 당시 했던 발언을 대부분 반복 진술해, 판사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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