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대표와 참여정부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비서실장이 14일 남북정상회담 논란 등을 놓고 설전을 펼쳤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문 실장의 예방을 받고 “임기말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 성급히 정상회담을 추진해 국익이 도매금으로 넘어가 버리면 안된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정상회담이 한나라당에 유리할지, 열린우리당에 유리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이어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박지원(朴智元) 전 장관이 국민도 모르게 북한에 가서 선거 직전에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밝히는 등 정략적으로 했다”며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면 국회에서 떳떳이 밝히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서 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문 실장은 “정상회담 논의가 있다고 들어보지 못했고,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의 방북은 공식적으로 밝힌 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며 “지금이라도 특사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며 당당히 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4년 연임 개헌제안을 놓고서도 문 실장은 “한나라당은 원내 1당으로 국정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다. 대통령의 개헌제안을 논의해달라”고 당부했으나 강 대표는 “다른 정당도 연내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정당들이 모여봤자 공방만 하니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이어 ‘참여정부에 하산(下山)은 없다’는 문 비서실장의 발언을 놓고 공방을 계속했다.
강 대표는 “문 실장은 수영을 잘 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등산에 비유해 말씀을 하셨더라”고 운을 뗀 뒤 “전 대구 출신이라서 물에만 들어가면 잠기는데 (문 실장은) 스쿠버다이버 정신을 살려 국민을 구조해달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대통령이 정상에 계신 분이니 자꾸 중간에 하산하려 해선 안된다. 끝까지 책임져야 하고 중간에 내려오려 하면 안된다”고 강조한 뒤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에 빗대 “우리가 중간에 내려오라고 한번 말했다가 당했다. 우리는 절대 (하산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 끝까지 다해달라”고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이에 문 실장은 “제가 부산출신이라서 수영을 한다. 인명구조 자격도 있다”며 “하산 발언은 임기 말 비서실 직원들이 해이해질 수 있어서 이를 경계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하산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산’ 발언 논란은 민주당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장 상(張 裳) 대표가 문 실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산을 올라갈 때는 별일이 없어도 하산할 때는 넘어지고 사고가 잘 발생한다”고 꼬집자, 문 실장은 “하산을 더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고 노력하자는 취지로 ‘하산’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날 신임인사차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민주당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16일 이강국(李康國) 헌법재판소장과 이용훈(李容勳) 대법원장,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을, 17일에는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을 잇따라 예방할 예정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