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제강’ 종이 시대 종결 시도?… “평양서 메모리 들고 주민 강연”

외부 유출 가능성 차단 움직임...소식통 "아직 방침으로 정한 건 아냐"

미세먼지
노당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최근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종이가 아닌 메모리(USB)를 통해 ‘강연제강’을 전달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평양에서는 이제 강연할 때 메모리로 (강연)제강을 받아와서 그걸 콤퓨터(컴퓨터)에 꽂아서 (주민들에게) 보여준다”면서 “그 메모리를 관계자끼리 돌려가면서 주민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예전에는 강연제강이 종이니까 외부로 나가는 사건도 많아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며 “손전화(휴대전화)로 사진을 몰래 찍어서 내보내니까 메모리에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강연제강은 당(黨)과 최고지도자가 제시한 노선과 정책, 그 집행을 위한 과업과 방도가 담겨 있다. 당의 의도를 주민과 간부들에게 해설하고 이를 관철하도록 독려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북한의 상황 인식과 향후 행보를 엿볼 수 있다.

실제 본지는 최근 북한이 당 창건 74주년을 맞아 당·군·정 간부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학습제강 자료를 입수했는데, 여기에는 당의 과거 업적을 선전하는 내용과 당원들에게 주어진 향후 과업에 대한 설명 등이 담겨 있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간부용 학습제강 입수…“병진노선 철저히 관철·강화해야”)

간부 학습제강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가 10월 발간한 간부용 학습제강. /사진=데일리NK

북한은 내부 주민들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이 같은 자료를 제작하고 있지만, 이 같은 은밀한 사상교양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외적으로 알려져선 안 되는 내부의 전략이나 정책 방향이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점에서 당국의 입장에서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종이의 특성상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강연제강은 원칙적으로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작성해 각 단위에 내려보내고, 군부대의 경우에는 총정치국에서 내려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문건이 이동하는 과정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7월 평양 인민내무군 8총국 소속 병사가 소지하고 있던 군부대 문건이 평성 시내 도로에서 현지 부대 군인들에 의해 훼손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당국은) 종이로 된 강연제강은 덩치도 있고(부피도 크고) 관리하기 힘드니까 메모리가 좋다고 판단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내부적으로 ‘종이 제강 시대 종언’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도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한 간부의 자녀가 강연자료가 들어간 메모리에 영화를 복사, 친구들과 돌려보는 과정에서 해당 자료가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식통은 “이 사건 때문에 위(당국)에서는 ‘메모리가 되레 종이보다 잘 (유출)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자료를 팔아먹으라고 한 건 아닌데 의도치 않게 여러 곳에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연제강은 각 단위 선전부에서 보관하고 있고, 당국은 수개월이 지나면 수거해 간다. 즉 각 기관 정치부와 선전부에서는 강연을 진행한 후 기록된 기일 내로 상급 당에 바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