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대국 1년 앞으로…대문은 열리지 않는다

올해 태양절(4·15)을 기점으로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은 1990년대 대아사 기간을 지나면서 주민들에게 ‘고난의 행군’이라는 구호를 통해 참고 견딜 것을 강조했고, 이 기간을 견디면 사상, 경제, 총대로 강성대국을 건설할 것이라며 주민들을 달래왔다. 


3대세습 구축과도 연동돼 있는 강성대국 공약이 과연 어떤 성적을 기록할 것인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북한이 강성대국의 조건으로 내세운 사상강국, 군사강국, 경제강국 중 사상·군사 부문에 대한 성과를 치장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문제다.


사상분야 면에서는 선군(先軍)사상을 북한의 지도사상으로 자리잡게 하는 조치들이 진행되어 왔다. 2009년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11년 만에 개정된 헌법에서는 공산주의를 삭제하는 대신 김정일의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함께 북한의 지도사상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열린 9·28 당대표자회 당규약 개정 때도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건설’이란 표현을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인민 대중의 완전한 자주성 실현’으로 바꿨다. 


▲사상·군사·경제강국 건설 어디까지 왔나?=군사분야에서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고 자평할만 하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 수로 봤을 때 6~10개 가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지난 2월 북한이 4~7개 사이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인 30~50kg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특히 은닉과 이전이 쉬운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에게 초 현대식 제어실을 통해 통제되고 있는 수 백 개의 정교한 원심분리기를 공개했었다. 이외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잠수정과 같은 비대칭전력 강화 등 군사적 역량 증대에 주요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경제강국 건설에 있어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군주의, 핵무기 개발’을 통해 사상, 총대는 성과를 내세울 수 있지만 경제 분야는 인민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 목표 이행을 강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배고픔을 구호로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경공업·농업 등 인민경제를 강조한 북한은 올해에도 강성대국이란 표현을 19차례나 써가며 ‘올해에 다시 한 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 향상과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고 강조했다.


▲고난의 행군 이전 수준 회복 어려워=공동사설은 특히 “새해 주체 100년은 인민생활 대고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강성대국 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켜야 할 총공격전의 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은 공동사설 발표 2주 만인 1월 15일에 북한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 계획’이란 조치를 내놨다. 표면적으로는 해외투자 유치 등 대외경제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강성대국 건설 실패에 따른 지도부의 책임 회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1년 후 강성대국 건설’을 ’10년 후 선진국 입성’으로 대치시킨 것이다.


또한 “(전략계획 이행으로)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으로 들어설 기틀이 마련되고 2020년 앞선 나라들의 수준에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는 확고한 전망이 펼쳐지게 됐다”면서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 제끼겠다’는 그동안의 구호를 ‘기틀 마련’으로 슬며시 바꿔치기했다.


북한은 전력생산과 공장 및 기업소 가동수준 만이라도 고난의 행군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김정일도 지속되는 경제난으로 인한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눈치다.


김정일은 지난해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며칠간 자강도로 현지지도를 떠났다. 7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때도 김정일은 김정은과 함께 자강도를 찾았다. 중요 정치행사를 앞두고 김정일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북한당국의 경제대국 목표와도 관련됐다는 지적이다.


자강도는 화학원료를 생산하는 만포운화공장, 강계뜨락또르(트랙터)종합공장, 2.8기계종합공장, 3월5일청년광산, 2월제강종합기업소, 자강기계공장 등 군수 및 연관 산업시설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특히 뜨락또르는 농업생산과 연관됐고, 기계공장은 공장운영에 필요한 설비를 생산해 북한의 경공업, 인민생활 향상과 밀접히 연동된 곳이라 할 수 있다. 


▲김일성 유훈 달성 선전으로 주민 달래기=‘이밥에 고깃국’이란 김일성의 유훈을 경제강국의 성과로 제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인민생활 개선의 뚜렷한 성과를 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식량문제에서만큼은 주민들에게 선전할만한 치적을 쌓겠다는 의도다.


실제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한 대북소식통은 “이탈리아 정부가 대북지원으로 환경개선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북한 외교관은 그 비용만큼 쌀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이탈리아 당국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외부에서 볼 때는 내세울만한 경제성과가 없는 상황일지라도 내부적으로 경제강국 성과에 대한 치적을 준비할 것”이라며 첨단과학인 CNC기술과 실험용 경수로 완성 등을 성과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어 “농업·경공업 등 인민생활 부문 역시 성과점으로 내세우려 할 것이고, 주체 섬유·철·비료 생산 증대 등을 주체경제 정상화로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8일자 노동신문은 사설을 통해 “주체화는 김일성의 유훈이며 우리 경제의 절대불변의 진로, 주체화의 포성이 높이 올려야 경제강국으로서의 대통로가 환히 열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제 주체화 선전은 화폐개혁 부작용과 대북제재 심화 등으로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서 임시방편적 방안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임 연구위원은 또 “북한 당국은 강성대국 시점에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로 배급제를 복원할 수 있다”며 “최근 북한이 국제기구의 식량실태조사를 수용하고, 해외공관을 통해 쌀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이같은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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