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북한 조선중앙통신과의 담화에서 “조미(북미) 수뇌(정상)회담을 앞둔 지금 미국에서 대화 상대방을 심히 자극하는 망발들이 마구 뛰어나오고 있는 것은 극히 온당히 못한 처사로서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담화는 한 국가의 외교수장으로 정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들로 이루어져있었다. 물론 그의 담화는 일반적인 정상회담을 앞둔 국가 간의 수 싸움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했으나, 북한의 변하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다. ‘일방적인 핵 포기 요구’는 회담을 재고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방긋 웃는 사진들을 미국의 언론과 함께 순식간에 역사로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키기에 두 정상들은 파이(pie)크기를 너무 키웠으며, 오븐에 넣기도 전에 치즈를 너무 쏟아 부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북미정상회담을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는 잔칫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아니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김계관 제1부상은 북한을 핵개발 초기단계인 리비아와 함께 논의한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며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북미 간 군축회담이라 인지하고 있음을 시인하였다. 이 회담이 결렬된다면, 지난 5개월 동안 국제사회에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의 언행은 해석 불가능한 기행이 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그에게 산적해있는 국내 정치 문제와 국제 사회의 시선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들의 의제는 북한과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접점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에 대한 것이다. 이 점에서 필자가 두 정상에게 묻고 싶은 것은 첫째, ‘북한 비핵화’인지, ‘한반도 비핵화’인지 둘째, 북한에 대한 UN의 대북 제재 철폐인지, 혹은 북한에 대한 민간 투자인지이다. 그리고 미국이 바라는 ‘북한의 핵’은 어떤 의미이며, 북한이 원하는 ‘보상’은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에도 북한의 경제는 김정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의 지배구조에 세대교체를 완성하였으며, 한 나라의 위원장으로서 자신이 이끄는 나라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 문제는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 없으며, 자생적으로 생겼다는 ‘거래를 통한 경제 구조’는 위로부터의 수요에 의한 것임을 스스로 파악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핵과 경제의 맞교환’을 선택하였다.
과연, 그는 지난 40년 이상의 시간과 공을 들인 ‘핵’을 던질 것인가?
아니면 오늘을 위해 40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렸는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대사가 절로 나온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외교는 특히 정상 간의 회담은 승자와 패자가 있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자신의 요구를 얼마나 관철시키느냐, 중요한 의제에 대해 자신의 스탠스를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가 ‘사느냐 살지 못하느냐’를 결정하게 한다. 김정은은 1994년 제네바 합의(북·미 기본 핵 합의),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성명(2007년 ‘2·13합의’ ‘10·3합의’로 9·19공동성명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 마련), 2012년 2·29합의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북한에 쏠린 귀와 눈은 김정은이 얼마나 정상으로서의 준비가 되었는지 보다 아버지와 같이 ‘양치기 소년’인지에 더 쏠려있다. 또한 트럼프가 주장하는 ‘북한의 CVID(혹은 PVID)’가 미국의 행동과 이율배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내지는 나름의 설득력을 갖춘 논리를 풀어낼 수 있는지에 국제사회는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핵무기’는 물리학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가치에 더 힘이 실린다. 물리학적 관점에서 ‘핵’의 중요도는 유형보다는 무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패를 줄이기 위한 노력’, ‘지형에 맞는 핵무기의 요건과 필요충분조건’, 그리고 ‘핵무기 완성을 위해 수없이 매달리던 두뇌와 경험들’ 이러한 것들은 협상테이블에 트럼프 10명이 나와 앉아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 교수의 비판에도 대답해야한다.
제프리 삭스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의 기고한 논평에서 미국이 북한에 핵 확산 금지 조약(NPT)조항 준수를 요구하며, 이를 근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비핵화를 추구하기 위해 북한에 제재를 가하도록 촉구한 사실을 지적하며 미국의 요구가 진정한 비핵화가 아니라 자신들의 핵무기 패권을 위한 것이라며 꼬집었다. 이어 그는 NPT의 핵심 목적은 경쟁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지 일부 국가의 핵 독점을 영속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처럼 그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의 지역 독점을 영구화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말하였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2월에 출간한 『핵 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는 대대적인 미국 핵무기의 현대화를 요구하였다고 비판하였다. 결국 그는 ‘전 세계가 불안정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는 점’과 이는 ‘핵에 대한 초국가적인 책임’임을 주장하였다.
북한은 오는 6월 12일을 기점으로 ‘핵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1차 실험을 한 1번 갱도와 2차부터 6차 실험에 사용된 2번 갱도와 미실험 갱도들까지 핵동결-> 사찰-> 비핵화 과정까지 수많은 난제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서 NPT에 복귀시켜야하고, CTBT(Comprehensive Test Ban Treaty ;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 전면적 핵실험 금지조약)까지 조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보상이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논의도 함께 다루어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요구하는 ‘단계적 보상’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 이미 물밑접촉을 진행하고 있는 북중접경지역의 움직임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할지, 남북 간의 교류에 대해 어떠한 해석을 할지는 트럼프의 과제이기도 하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냉혹한 국제 질서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70여 년 전 선대(선대)가 마주하였던 테이블에 앉게 된다. 필자는 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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