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호 ‘진실게임’ 싱가포르에서 결판 날까?

미사일 혹은 핵관련 물질 적재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 선박 강남호가 26일 현재 대만해협을 지나 남중국해를 항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호 선적물에 대한 진실이 드러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일단 강남호가 지난 17일 남포항을 출발했을 당시부터 KH-12 정찰위성과 P-3C 해상 초계기 등을 동원해 추적에 나섰다. 21일 부터는 이지스 구축함인 매케인호까지 투입해 강남호를 추정 중이다.

17일 남포항을 출발한 강남호가 6,660km에 달하는 미얀마까지 항해하기 위해서는 중간 급유가 필요하다. 강남호가 그동안 싱가포르에 들려 급유를 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르면 오늘 26일, 27일 사이에 싱가포르 급유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이미 “강남호가 유엔 제재에 따른 금수물자를 운반 중이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1874호 17항에서는 북한이 불법 무기를 ‘운송하는 것으로 믿을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유엔 회원국은 연료나 물자 등 각종 선박 지원 서비스(벙커링)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decide)고 강제성이 부여돼 있다.

하지만, 이미 검색을 예상한 강남호가 싱가포르를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미얀마까지 직행할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웠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얀마는 일단 강남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미얀마 관영언론들은 “강남호에 대한 정보는 없고, 인도에서 쌀 8000t을 실은 북한 화물선 두만강호가 27일쯤 미얀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얀마 당국은 지난 2007년 5월 21일에 미얀마 틸라와항에 도착, 이틀 후 출항했던 강남호가 불법무기를 미얀마에 넘긴 의혹이 있다는 서방 외교관들의 지적에 대해 “강남호에서 불법무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미얀마 군부의 정보장교를 지내다 미국으로 망명한 앙 린 톳씨는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미얀마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5월 25일 미얀마 외무부 부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얀마가 북한 무기를 구입하는 대가로 식량을 주겠다고 협약했다”며 “강남호가 북한제 무기를 싣고 미얀마로 가서 식량과 맞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톳씨는 특히 “미얀마는 의도적으로 북한 관련 정보를 왜곡한다”며 “식량이 부족한 북한이 미얀마에 쌀을 실어 왔다는 보도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남호 문제와 관련, 미국 내에서는 ‘승선 검색’까지 주장하는 강경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강남호에 대한 추적과 검색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안 1874호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허풍’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안보리 결의안 1874호는 공해상 강제 검색권은 주지 않았기 때문에 강남호의 소속국가인 북한의 동의를 얻어야만 공해상 검색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순순히 미국의 검색에 응할 가능성이 없다. 또 강남호가 특정 항구에 정박하더라도 해당국가가 적극적인 검색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불법무기를 찾아내는 일도 요원해진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25일(현지시간) 미군이 강남호에 대한 승선 검색을 실시해야 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21일에도 “뚜렷한 증거가 있다면 북한 선박에 (강제로) 승선해야 한다”며 “이러한 화물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초래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