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엔 ‘말춤’ 북한스타일엔 ‘막춤’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 다양한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스타일’, ‘홍대스타일’ 심지어 ‘변태스타일’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이와 함께 ‘평양스타일’, ‘정은스타일’ 등 북한 관련 패러디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평양스타일은 지난달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꼭 봐야 할 강남스타일 패러디 TOP 5’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은 노래도 노래지만, 쉽고 재밌는 ‘말춤’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말춤’은 1980년 말 남한에서 유행했던 춤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출 수 있는 말춤과 흥겨운 노래로 강남스타일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남한의 말춤처럼 과거부터 지금까지 북한 젊은이들이 즐겨 추는 춤이 있다. 데일리NK는 최근 입국한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스타일’을 소개한다.

탈북자들은 대표적인 북한스타일은 ‘막춤’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식 막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수준의 막춤보다 훨씬 격렬하고 광적이다. 주민들은 외국 영화나 공연, 한국 드라마 등에서 본 춤을 모두 합쳐 자신만의 춤을 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부채춤이나 민족무용 등은 옛말이다. 헤드뱅잉은 기본이고 서로 마주 보고 빙빙 돌거나 온몸을 흔들어 대면서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최근 남한 노래나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화려한 손짓과 몸짓으로 북한스타일을 뽐내는 춤을 추기도 한다.

탈북자 김선민(가명) 씨는 “주민들이 따로 춤을 배워서 추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으로 추다 보니 희한한 동작이 많다”면서 “어떨 때 보면 미친 사람들 같기도 하다. 탈북한 여자들한테도 춤추라 시켜보면 한국 춤도 아닌 것이 막 괴상하게 춘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이 많이 따라하는 춤이 담긴 영화 ‘마이마이티전설(Mai’s love)./CCTV 캡쳐

특히 ‘마이마이티전설’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중국 코미디 영화 ‘Mai’s love'(1987년 개봉)에 등장하는 춤을 탈북자들이 많이 따라 한다. 영화 속 남녀는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돌기’, ‘흔들기’를 기본으로 격렬하게 춤을 춘다. 세련된 동작은 아니지만, 힘이 넘친다.

한국에선 개봉되지 않은 이 영화는 2002년경 만수대채널을 통해 평양 등지에 방영됐고, CD로 제작돼 북한 전국으로 퍼져 나가며 인기를 끌었다.

2011년도 탈북한 20대 박미자(가명)씨도 “북한에 있을 때 영화 ‘마이마이티전설’을 따라 친구들과 춤을 추곤 했다”며 “동작이 좀 격렬하고 특이해도 어차피 친구들도 다 영화를 보고 추는 거라 서로 재미있게 췄다”고 소회했다.

막춤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춤은 ‘디스코’다. 디스코도 1990년대 후반 만수대채널에서 방영한 인도영화 ‘디스코댄서’가 인기를 끌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디스코는 동작이 단순하면서도 재미있어서 주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춤출 때 주로 빠르고 리듬감 있는 노래들을 즐긴다. 하지만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배포된 노래는 ‘당’, ‘수령’, ‘조국’을 주제로 하는 ‘선전용’이 대부분으로 음이 높고 리듬감도 부족해 춤추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빠르고 신나게 편곡된 북한노래, 계몽가요, 세계명곡 등을 즐긴다. 계몽가요는 해방 직후 주민을 계몽시키기 위하여 창작된 노래로 ‘찔레꽃’, ‘홍도야 울지마라’ 등을 말하며, 세계명곡은 ‘백조의 호수’와 같은 클래식을 비롯해 올드 팝 등이 있다.

이런 노래들은 보통 가사가 없고, 가사가 있다 해도 북한 체제에 반하는 성향의 노래는 걸러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나 외국 음반은 사정이 다르다. 소지한 게 단속될 경우, 3~6개월 정도 노동 단련대에 수감된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단속을 피해 몰래 듣곤 한다.

김 씨는 “북한에 있을 때 집에서 캔 라즐로의 ‘HEY HEY GUY’라는 곡을 들으며 춤을 추곤 했다. 무슨 가사인지도 모르고 신나서 췄는데, 남한에 내려와 가사를 알고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주민은 남한처럼 유흥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시설이 없기 때문에 춤을 즐겨 춘다. 보통 명절이나 생일 혹은 공장·기업소 작업반끼리 야유회에 나가 춤과 노래를 즐긴다. 명절에는 강가로 야유회를 나온 각 기업소 노동자들 수백 명이 무리를 이뤄 디스코를 추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기차 역전에서도 춤판이 자주 벌어진다. 전기사정으로 몇 시간씩 기차를 기다려야 하는데 지루함을 달래려 춤판을 벌인다는 것이다. 북한에선 어디서든 주민들이 춤추는 걸 쉽게 볼 수 있지만, 이를 위한 장소가 따로 있지 않다.

2002년경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이 생겼지만 ‘자본주의 황색 바람이 들어온다’는 김정일의 지시로 2005년경 폐쇄됐다. 평양 일부 지역과 비교적 개방이 진전된 나진지역에서나 노래방을 만나 볼 수 있다.

국가안전보위부원도 춤판에 대해선 단속하진 않는다. 사상이 반영되는 노래와 달리 춤은 사상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술 마시고 춤추는 데 잘못 건드리면 오히려 해를 입을 수도 있다.

청진 출신 탈북자 최종만(가명)씨는 “공원에서 10~20대 아이들이 춤판을 자주 벌였는데, 보위부는 현장에 있어도 단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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