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판결로 본 대한민국 법치주의

한국인을 경악케 한 공중부양의 주인공 강기갑 의원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 때의 황당한 모습을 본 많은 국민들은 강 의원의 행태가 분명 위법이라고 단정 지었을 것이고 그래서인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국민의 법 감정, 상식 등을 거론하며 이 판결은 잘못되었으며 나아가 이 판결이 어느 특정 이념을 지향하는 판사가 재판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관철시킨 사건이라고 흥분하고 있다.
 
필자는 일전에 마은혁 판사가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된 민주노동당 관련자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린 데 대해 매우 비판적인 글을 쓴 바 있다. 그 이유는 그가 특정 이념에 편향적일 수 있는 판사라는 점이 우려되기는 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당시 판결문에 적시된 그의 판시 논거가 전혀 법리적으로 뒷받침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시 그를 지지하였던 진보진영에서조차 그의 판결에 대해 법리에 입각한 지지보다는 보수 언론의 일방적인 마녀 사냥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정도에 그친 글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반증된다.


그러나 이번 이동연 판사의 판결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듯하다. 이번 판결문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문제이다. 법의 적용에 있어서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해당사건이 법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시켰는가 하는 문제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요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복잡한 법적 설명 없이도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떤 ‘공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동연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 공무가 전제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그 이유로 “장래 소란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연성만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수 없다”며 “따라서 부당한 질서유지권 발동에 근거한 국회 경위와 국회 공무원의 직무집행은 위법하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물론 그가 박 사무총장이 신문을 읽은 행위에 대해 공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 점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 밖에 다른 더 복잡한 법리가 있으나 중요한 것은 이동연 판사의 판결은 마흔혁 판사의 판결과는 달리 나름의 근거와 법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 결과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질 수 있으나 그가 그렇게 판시한 것 자체가 전혀 근거 없는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이번 사건의 판단은 이동연 판사의 판결이 한국의 법치주의에 중대한 손상을 입힐 만큼 부당한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그 판결의 부당함의 정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판결의 부당함 또한 결과보다는 판시의 내용과 논리의 부당함의 정도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법치주의라는 말에 담긴 기본원칙에는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것과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는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를 통해 법이 제정되고 이렇게 제정된 법은 원칙적으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에게 공히 적용됨으로 구현된다. 후자는 독립된 사법부의 판단 과정을 거쳐 법이 해석되고 적용됨으로 구현된다. 물론 여기서의 법 적용은 판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닌 해당 법과 이를 적용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는 법리에 근거하고 있는가 여부이다. 이 기준에서 판단한다면 이동연 판사의 판결이 법치주의의 원칙에 위배되었다고 할 만큼 부당하다 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 판결이 보수-진보의 이념 논쟁, 검사-정치권-사법부 간의 권력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는 현상과 그 결과가 법치주의에 더욱 큰 손상을 줄 것 같아 우려된다.
 
최근에 우파 혹은 보수세력의 모습을 보면 일면 과거 반대했던 좌파세력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원칙에 입각한 공정한 판단보다는 좌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모든 행동 및 사상은 부정되어야 한다는 적대감이 우선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과거 보수라는 이유만으로 수구꼴통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했던 좌파의 오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보수주의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세상을 바라보는 건전한 현실적인 안목과 공정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좌파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우리의 가치와 원칙뿐 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덕목들이 실천되는 삶이기도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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