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투사 ‘대북쌀지원법’ 발의 전 생각해야 할 것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등 33명의 국회의원은 8일 ‘북한에 대한 쌀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은 정부가 매년 남한과 북한의 쌀 수급계획을 감안해 북한에 대한 쌀지원 시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과 남북간 쌀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올해 농민들이 경험하였듯이 남쪽의 쌀값은 전년 대비 10만톤만 증산이 되어도 급격히 하락해서 쌀시장이 혼란스럽다”면서 “북쪽은 FAO가 발표하는 식량의 외부지원이 절실한 필요한 32개국 중 하나이면서, 상시적인 기근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남한의 쌀값 대란을 막고, 북한의 기근을 막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기갑 의원은 대북지원은 쌀 재고 문제의 적절한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해 “정부가 주장하는 수요확대는 중요한 문제이고 힘을 실어 추진해야 하지만,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당장 발등의 불을 끈 뒤에 상시적인 화재방지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정부는 지금 강 건너 불구경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발의한 ‘북한에 대한 쌀지원 특별법’은 대북인도적차원이나 국내에 비축되는 쌀의 소모를 위해서 일면 긍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우리가 처한 현실과 북측의 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했다. 유엔에서 제재결의가 발동됐음에도 여전히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으려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또 이달 6일 임진강 댐 방류로 우리 국민의 목숨이 희생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조건에서 쌀 수요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북한의 태도와 상관없이 지원을 한다면 남북간에 존재한 각종 불합리한 조치들이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금강산에서 민간인인 박왕자 씨를 피살하는 사건을 일으키고도 사과 한 마디 없었고 지난 5월에는 개성공단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 직원을 강제로 억류해 136일 만에 풀어주는 등 지속적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켜갔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대북지원은 ‘북한이 아무리 도발하고 우리 국민을 억류하고 피해를 줘도 우리는 지원한다’는 햇볕정책의 잘못된 유산을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인도적 지원을 정치문제 하나 하나와 결부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대남 대결 태세를 강화하고 핵실험을 진행한 조건에서는 인도적 지원 문제도 ‘무조건’이란 대전제를 달 수는 없다.

또 그간 북한으로 들어갔던 대북 식량지원의 용도는 어떠했는지도 돌아 봐야한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매년 지원하는 식량의 규모는 100만톤 가량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 식량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분배하지 않고 군량미로 활용하거나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개인적으로 취하는 등 식량 분배의 투명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배고픔에 신음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원된 식량이 군부와 권력자들의 배만 채운다면 이를 인도적 지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을 강화하고 권력자들의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제사회와 한국정부는 식량분배를 모니터링 강화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오히려 식량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배짱을 부리기 일쑤였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추진하는 이 법안이 말 그대로 인도적 요구에 부합하려면 북한에게 투명한 식량 배급과 모니터링을 약속받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지 않다면 민노당의 법안 발의를 순수하게 지지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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