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교수 사법처리보다 공개토론이 낫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오도된 역사인식을 조목조목 비판해 화제가된 제자가 있다.

강교수가 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6.25는 통일전쟁이자 내전, 학살된 피해자는 미국이 원수’라는 요지의 주장을 하자 “강정구 교수님! 당신이 부끄럽습니다”라는 글을 기고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최옥화씨.

현재 동국대 북한학과 4학년에 재학중이다.

강교수의 주장이 학문적 논란에서 사법처리 논란으로 비화되자 최씨는 합리적인 토론과 논쟁을 통해 강교수 주장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주장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최씨는 7일 <뉴라이트닷컴>에 ‘강정구 교수를 순교자로 만들 것인가’라는 글을 기고,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최근 자신의 글이 뜻하지 않게 많은 논란을 낳게 되어 최씨는 당황스럽다는 말했다. 동국대 학생으로서 그가 생각하는 이번 논란의 해법을 들어봤다.

– 같은 학교 제자로서 강교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불편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 글로 인해 학교가 시끄러워져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강정구 교수님의 주장에 동의하는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서 의미 있기도 했다.

합리적인 비판을 하고 싶었다

– 혹시 강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인가?

같은 단과대(사회과학대) 교수님이시긴 하지만, 수업을 들어본 적은 없다. 학교에서 대체로 강교수님 평판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원칙적인 교수님이라고 한다.

‘한국사회론’이란 과목을 가르치는데 그동안 밝혔던 자신의 입장 그대로 강의하신다고 한다.

– 같은 학교 교수님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 부담이었을 것 같은데

부담스럽긴 했다. 그러나 교수님 생각에 동의하는 학생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나 스스로 교수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다. 교수님에게도 학문의 자유가 있듯이 학생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밝힐 자유는 존재한다고 본다.

– 처음에 강교수 관련 글을 기고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교수님 글이 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이슈가 되었다. 홈페이지에 ‘나의 주장’이란 페이지가 있는데, 그곳에서 논란이 일고 있어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올라온 글마다 강정구 교수 추방하자거나, ‘빨갱이 교수’라는 등 비논리적인 글이 적지 않았다.

교수님도 칼럼에서 합리적인 논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글을 쓰신 것 같아, 그런 논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 그것이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줄 몰랐다.

– 글을 발표하고 난 후 동국대 안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방학 기간이어서 그런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사회대 학생들과 민노당 학생위원회가 연대해서 개강 후부터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반대 학생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다.

내 글이 주변사람들한테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다. 평상시 교수님이 반미적 시각은 있지만 친북적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내가 쓴 글을 보고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직접 나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나를 지목해서 ‘이제 그런 논쟁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글이 학교 홈페이지에 오르기도 했다.

▲ 최옥화씨는 강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보다는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토론회를 통해 역사인식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것이 근본적 해결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잘못된 역사인식 전달에 문제 느껴

– 강정구 교수의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교수님은 글에서 맥아더가 전쟁광이고, 북한이 통일전쟁이라는 명목 하에 남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전쟁을 정당한 것처럼 보여지게 글을 쓴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전쟁의 책임을 미국과 맥아더에게만 있는 것처럼 떠넘기며, 소련과 김일성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학생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할 수도 있겠다는 문제의식 아래 비판하게 됐다.

– 강교수 사법처리 논란이 나오자, 이번에는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 생각이 달라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난 아직도 교수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보안법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찬양 고무죄로 처벌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찬양 고무죄와 불고지죄는 삭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나 또한 그렇다.

또 그 조항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에도 어긋난다고 본다. 과거 논문까지 들춰서 처벌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도 과도하다고 본다. 본질이 역사 문제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사법처리 문제로 넘어가는 것 같아 우려의 입장을 표하고 싶었다.

– 강교수 사법처리 문제로 좌파 단체와 우파 진영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 문제가 확대되는 양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반대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철회하고 이건희나 구속하라’ 이런 내용이었다. 강정구 교수님 얘기하다가 이건희 회장 얘기는 왜 나오나 싶어 너무 황당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일부에서 강교수님을 국가 전복세력이니, 김정일의 나팔수니 하는 표현을 했는데, 그런 모습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국가보안법 철폐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학계를 중심으로 역사문제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교수님을 따르는 학생들과 역사인식에 대해 얘기해보는 공개적인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사법처리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 같다.

– 천편일률적인 이념 편향의 글쓰기에 비해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균형적인 감각이 돋보이는데.

우리 학교에는 대학생 문화가 없다고 해야 하는 건지, 학생회가 조용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사상적으로 이슈화 되는 게 별로 없다.

그나마 나오는 목소리는 학생회 관련된 친구들이 얘기하는 국보법 철폐, 신자유주의 반대, 우리민족끼리, 미국반대와 같은 좌파적 주장들 뿐이다. 이런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이외에 다른 목소리는 없다. 그러나 얘기를 해보면 미국이나 국제정치를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다들 취업 준비에 바빠 그렇겠지만 그러한 목소리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다보니 학내에서 별로 얘기되지 않는다.

나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대학생 인터넷 신문 <투유> 학생기자로 가끔 글을 싣거나, 뉴라이트 닷컴 논단에 참여해 의견을 말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주위 친구들과 한국사회 여러 가지 문제를 나눠보고 싶다.

– 이번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나

마녀사냥식도 피해야겠지만, 흐지부지 끝나서도 안 되는 문제라고 본다. 학생들도 단순히 우리 교수님이니까 옹호한다는 입장 말고, 교수님이 한 말이 어떤 부분이 맞고. 내 글에 어떤 부분이 맞는지 판단해 주길 바란다. 적어도 교수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칼럼을 썼는지는 제대로 봤으면 좋겠다.

정확한 내용도 모르고 무조건 옹호하거나, 반박하는 모습은 오히려 이번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일인 것 같다. 교수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보수꼴통’으로 매도하지 말고,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부터 이해하려고 하면 좋겠다.

최씨는 본의 아니게 주변 북한학과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친구들을 만나면 보람도 생긴다고 한다.

많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주고 싶다며 학교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대학가의 새로운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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