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집권, 이란 핵문제 확실히 알자

▲ 이란 중부 나탄즈의 핵관련 시설 위성사진<출처:조선일보>

미국이 유럽연합(EU)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에 대해 너무 유화적이라는 불만을 표출하는 중에 2004년 11월 EU는 이란의 핵포기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에 돌입한 바 있다.

이란은 2003년 10월 ‘농축활동 중단 및 핵투명성 보장’을 약속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비슷한 약속을 해왔지만, 번번이 약속을 어겨왔다. 이미 오랫동안 군사적 야심을 품고 핵개발 프로그램을 진행시켜온 이란이 핵무기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란이 핵포기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가해질 국제사회의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에 이란이 취약하다면 협상을 통한 핵 해결의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란이 스스로를 취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할 이유가 많다.

또한 강경파들이 부추겨온 이란내의 반미(反美) 및 반서방(反西方)정서도 협상의 중대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러시아의 대비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협상의 전도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경우에도 핵 포기의 전제로 완전한 안보보장을 원할 것이고 그러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므로 협상과정의 어느 시점에서든 미국의 본격적 개입이 불가피 하다.

이란 핵문제 향후 국제정치에 미칠 파장 매우 커

이란이 보기에 충분하고 종합적인 반대급부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이란 핵문제는 기복을 거치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과정에서 잠정해결, 부분해결 등의 진전은 이루어질 수 있으나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핵 포기에 이르는 길은 좀 더 길고 험난할 전망이다.

이란 핵문제의 향방이 향후 국제정치에 미칠 파장 또한 심대하다. ①이란의 핵문제는 북핵문제와 더불어 미국의 세계전략을 위협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미국주도의 세계질서(Pax Americana) 구축의 중대한 걸림돌로 인식하게 할 소지가 많다.

②비슷한 맥락에서 이란 핵문제의 향방은 부시 대통령의 비확산 정책의 성패는 물론 정치적 성패까지 판가름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③중동이라는 지역을 놓고 볼 때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역내 핵문제 해결에 커다란 암초로 등장했다. 중동지역은 이스라엘이 일찍부터 핵보유에 성공함에 따라 이란, 리비아, 이라크 등이 이스라엘의 핵무기에 대응하는 ‘이슬람 핵’을 거론하면서 대립 각을 세우는 형상을 보여 왔다.

④이란 핵문제의 철저한 규명과 성공적인 진화는 핵확산을 부추겨온 국제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⑤이란 핵문제의 향방은 북한 핵문제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란핵, 중동평화의 중요한 걸림돌

이란의 핵개발 정도는 북한에 비해 미진하고 폭탄제조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인 것이 분명하나, 사태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바양으로 진전된다면 그것이 의미할 수 있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다양하고 막중하다.

중동의 강자로 부상한 이란의 핵 보유는 중동평화의 중대한 걸림돌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며, 미국의 대중동 정책이나 이스라엘의 생존정책은 중대한 시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란 핵문제가 협상을 통해 해결되고 철저한 규명이 이루어진다면 그 동안 핵확산을 부추겨온 국제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대처하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됨다.

특히 핵 확산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파키스탄의 역할이 밝혀지고 파키스탄-이란-북한을 잇는 ‘농축삼각형’과 북한-이란-파키스탄을 연결하는 ‘미사일 삼각형’의 내막이 파헤쳐진다면, 인류의 핵무기비확산 노력에 하나의 쾌거로 기록될 것이다.

이렇듯 막중한 국제정치적 함의와 협상의 난관들을 종합할 때, 이란의 핵문제는 단순한 밀어붙이기 식으로 접근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입장도 쉽지 않다. 이미 이라크에서 전쟁을 치루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중동의 강자인 이란과 군사적 충돌을 감행 할 처지가 아니며, 이란이 북한과 같은 인권부재의 국가는 아니기 때문에 그럴 명분도 부족하다.

따라서 적어도 당분간은 미국이 직접 나서 이란과 부딪치기보다는 이란-EU 협상이 타결되도록 측면에서 지원하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이스라엘의 극한적 대응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문제에 시선을 집중시켜온 한국인들에게 있어 다른 지역의 핵문제는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의 핵문제 역시 세계 비확산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또 하나의 핵문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이란 핵문제의 해결과정이 한반도 핵문제의 해결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보기

이란핵문제의 국제정치적 함의

김태우/ 국방연구원 군비통제 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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