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 흐느낌도 없이 피눈물만 흘러……”

교화소에 입소한 지 20일이 되는 날 드디어 담화(면담)가 시작되었다. 보안과 비서가 찾는다고 하기에 보안과에 들어가 머리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형식적인 질문이 끝나자 비서가 주의를 주었다.

“준하, 이제부터 교화소 생활을 하면서 일체 죄인들은 물론 보안원들의 동태까지 잘 지켜보고 있다가 나에게 보고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널 맡게 될 담당 보안원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것도 놓치지 말고 기억해 두었다가 내가 몰래 너를 찾으면 와서 보고해라.”

나는 남의 일을 몰래 고해바치는 것은 죽어도 하기 싫었다. 그렇다고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어서 대답을 하지 않고 망설이고 있었다.

“할 수 있지? 왜 대답이 없어?”
“선생님, 저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신입자입니다. 아직 여기 실정도 잘 모르고 또 다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됐어! 알았으니까 나가 봐!”

보안과 비서가 내말을 끊어버렸다. 인사하고 나오면서 얼핏 보니 날 쏘아보는 눈길이 여간 날카롭지가 않았다. 불안한 마음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일로 인해서 노동 강도가 제일 세다고 소문난 벌목반에 배치되었다. 전거리 교화소에서는 벌목반 인원이 제일 많았다. 그러다 보니 죽는 사람과 허약병 환자가 제일 많았다.

벌목반은 담당 보안원부터 성질이 포악하고 사납기가 그지없었다. 신입반장이 저녁밥을 먹고 나서 벌목반에 데려다 주었다.

“벌목반장, 이 아이가 준하요, 잘 돌봐주오.”

벌목반장은 이미 나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19살짜리 죄인은 나 혼자였다. 벌목반장은 내 죄명을 묻더니 자기 죄명과 같다면서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움을 청하라고 하였다. 좋은 반장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

다음날 아침 출력(그날 노동을 위해 감방 밖으로 나가는 것)하여 교화소 마당에서 담당 보안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키가 큰 젊은 간부가 빠른 걸음으로 와서 우리들 앞에 섰다.

“신입자들 앞으로 삼 보 나서라.”

나와 함께 전방(轉房)되었던 죄인 2명이 앞에 나섰다. 무슨 말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리하며 긴장하고 있는데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 고개를 들어 담당 보안원을 쳐다보았다. 순간 매서운 눈초리가 내 얼굴에 머물러 있음을 느끼며 얼른 고개를 떨구었다.

“야! 이 새끼, 너 이리와!”
“준하, 선생님이 널 찾으신다.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앉아 보고해!”

벌목반장이 머뭇거리며 알려주었다. 간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자마자, 군홧발이 얼굴로 날아왔다. 그렇게 영문도 모르고 한참 동안 짓밟혔다. 나는 비명도 지르지 않고 입을 꾹 다문 채 때리는 대로 맞았다. 담당 보안원은 한참을 짓밟고 나서야 씩씩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이 새끼, 어디라고 감히 선생 얼굴을 쳐다 봐?”

나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잘못했다고 빌었다. 간부는 그때서야 벌목반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반장, 이 새끼 처벌로 밤새 대기근무 세워!”

교화소에는 감방마다 매일 밤 대기근무라는 것이 있었다. 2명이 한 조가 되어 한 사람은 감시창 앞에 서고, 한 사람은 앉아서 죄인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도합 8명의 사람들이 4개 조로 각각 2시간씩 근무를 섰다.

밤중에 변소나 창문을 뜯고 도주하는 자들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사별로 야간근무를 서는 간부들이 감방 앞에 오면 감방 인원을 보고하는 임무도 맡고 있었다. 나는 간부의 얼굴을 쳐다봤다는 죄로 온밤 대기근무를 서야 했다.

그날 저녁 대기근무 예정이었던 사람들은 “준하 덕에 긴 잠을 자게 됐다.”면서 좋아했다.

대기근무를 서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담당 보안원이 왜 이렇게까지 나에게 처벌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밤새 대기근무를 서느라 몹시 피곤했지만 그래도 아침밥을 먹고 일하러 나갔다.

“신입자들 들어라! 앞으로 일주일 내에 각자 자기 도끼와 하산바(산에서 작업한 나무를 끌고 내려오기 위해 몸에 부착하는 쇠줄)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해라.”

반장의 말이었다. 그러면서 일주일 동안은 휴게실에서 잡일이나 하면서 산에 가서 일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라는 것이었다. 교화소로 오기 전에 사회노동을 해보지 않았던 나는 교화노동이 두려웠다.

오후 4시쯤 벌목반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갔던 하전사 초병이 들어와서 휴게실에 남아 일하던 죄인 6명에게 교화반의 작업장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다. 나와 5명의 죄인들은 초병을 따라 어느 산으로 갔다. 무척 멀리도 갔었다.

뛰다시피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우리에게 나무를 한 대씩 메고 교화소로 돌아가라고 시켰다. 교화반이 작업한 나무 중에 6대가 남게 되었는데 우리를 데려다 운반을 맡긴 것이다.

담당 보안원은 제일 굵은 나무를 가리키면서 나에게 옮기라고 했다. 안간힘을 쓰면서 겨우 어깨에 걸치기는 했지만 봄철 물먹은 박달나무라 도저히 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10m도 못 가서 다리가 떨리고 어깨가 부서지는 것 같았다. 그럭저럭 씩씩거리며 한참을 갔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주저앉고 말았다.

“준하야, 담당 보안원에게 맞을라. 어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라.”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니 벌목반장은 나보다 더 큰 나무를 메고도 힘든 내색 없이 서 있었다. 벌목반장이 옆에서 도와준 덕에 다시 나무를 메고 걸음을 떼었지만, 얼마 못가서 다시 나무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어깨의 피부가 다 벗겨지고 입에서는 단내가 확확 뿜어 나와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이때 담당 보안원이 지팡이로 내 머리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이 새끼, 빨리 안 메고 뭘 꾸물거려? 빨리 안 갈래?”

쌍욕을 하면서도 때리는 건 멈추지 않았다. 맞지 않으려면 그 나무를 메고 빨리 앞서 가야만 했다. 무슨 정신에 그 나무를 메고 뛰었는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어쨌든 그 밉살스러운 박달나무를 혼자 힘으로 메고 휴게실 앞까지 당도했다. 어깨에서 나무를 내려놓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감정도 흐느낌도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눈물이라는 것이 이런 거로구나!’

슬펐다. 어머니의 사랑밖에 모르고 자란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다. 앞으로 당해야 할 고통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과연 내가 이 힘든 교화 생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저녁밥을 먹고 난 뒤 벌목반장이 밖으로 불러냈다. 영문도 모른 채 반장의 뒤를 따라 병방(病房) 위생원에게 갔다. 위생원은 반기는 기색으로 반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리 준하 어깨에 소독약을 좀 발라주오.”

반장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하, 준하가 반장을 잘 만났구나?”
“우리 준하를 아오?”
“신입반장 코밑에 붉은 기를 날리게 한 준하를 모를 리 있나?”

반장은 그때서야 알겠다는 듯 농담을 해대는 위생원과 마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취침시간이 되어서 자리에 눕자 낮에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문득, 담당 보안원이 왜 나를 미워하는지 생각에 잠겼다.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휴게실에서 작업을 하는데 어떤 죄인이 와서 담당 보안원이 찾는다고 말해주었다. 담당 보안원 사무실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새끼, 문건을 보니 살인이구나?”

담당 보안원이 내 문건을 보면서 왜 사람을 죽였냐고 물었다.

“어머니가 사탕장사를 해서 한 푼 두 푼 모아둔 돈을 빌려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돈을 갚지 않기에 제가 직접 받으러 갔는데, 도리어 술에 취해서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나를 때리려 하기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

“그래서?”
“술에 취한지라 비틀거리다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땅에 박혀 있던 뾰족한 돌조각에 이마를 찧었습니다.”

“그래서 때린 건 딱 한 대야?”
“예.”
“그 자리에서 죽었어?”

“아닙니다. 일으켜 세우니 정신이 멀쩡한 채 나더러 10일 후에 갚겠으니 돌아가서 기다리라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병원에 실려간 지 3시간 만에 죽었습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제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잘 믿기지가 않습니다.”

“흥, 그래서 아직 네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소리야?”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개새끼야! 네 죄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선생님들 말을 듣지 않는 거 아냐?”

나는 욕설을 퍼붓는 담당 보안원의 얼굴을 보고서야 비로소 사태가 파악됐다. 지금까지 가해진 모든 것이 보안과 비서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던 일이었다. 욕설은 계속됐다.

“이 새끼, 너! 네 죄를 인정하고 그 죄를 씻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지, 아니면 죄를 인정하지 않고 요령이나 피우면서 교화노동에 몸이 상하는지 내가 똑바로 지켜 볼 거야! 만일 죄를 뉘우치고 일을 열심히 하면 살아나갈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내 손에서 살아 나갈 궁리를 하지 말라. 알았어? 이 새끼야!”
“예.”
“가 봐!”

인사를 하고 휴게실로 돌아왔으나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담당 보안원은 보안과 비서의 사주를 받고 날 협박하고 있지 않은가!

좋은 말로 노동으로써 죄를 씻고 당당하게 출소하라고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살아나갈 궁리를 하지 말라니, 세상 어디에 이런 감옥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교화노동에 충실했다. 나무 찍기, 절단, 가지치기 등 죄인들은 모든 일을 도끼로 하였다. 아직 뼈도 굳지 않은 애송이라고 다들 코웃음을 쳤지만 나는 잘하든 못하든 앞장서서 일하려고 노력했다. 죄를 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살아나가기 위해서 노력해야 했다. 노력을 해야만 열매를 딸 수도 거둘 수도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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