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발표로 본 천안함 침몰 상황

지난 3월 26일 오후 9시20분 서해 백령도 서남방 2.5㎞ 지점.


104명의 승조원을 태운 1천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은 6.3노트(시속 11.7㎞)의 속도로 북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거센 풍랑으로 천안함은 평소와 달리 피항 차원에서 백령도에 근접해 있었다.


장병들은 일과를 마친 뒤 취침을 준비하거나 취타실에서 운동을 하는 등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평온도 잠시였다.


약 2분 뒤 천안함은 함체 바로 아래 수심 6~9m,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의 위치에서 어뢰가 폭발하면서 그 충격으로 결국 두동강이 났다.


상황은 긴박했다. 선수 부분에 있던 장병들은 필사의 탈출을 시도했고, 침몰하는 선미 부분에 있던 장병들은 구조의 손길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장병들 모두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하게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천안함 포술장은 휴대전화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침몰 중’이라고 보고하며 긴박한 상황을 알렸다.


그러나 해군 2함대사령부나 합동참모본부, 국방부는 달랐다.


10일 감사원 감사 중간발표에 따르면 해군 2함대사령부는 이날 오후 9시 28분께 천안함으로부터 사건 발생 보고를 받았지만, 이런 긴급 위기상황을 해군작전사령부에 보고하는 데는 3분이나 걸렸다. 또 합동참모본부에는 23분이나 지난 9시 45분에야 보고했다.


특히 천안함이 “침몰 원인이 어뢰 피격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합참과 해군작전사령부에는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북한의 잠수정이 어뢰를 발사하고 유유히 서해상을 빠져나가고 있었을 시간에도 보고를 늦게 해 신속한 대응에 상당한 지장을 줬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합참은 9시 45분께 침몰 상황을 보고받았지만,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게는 각각 10시 11분, 10시 14분에야 보고했다. 무려 26분 이상 최고 지휘부에 보고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합참은 당시 해군 작전사령부로부터 사건 발생 시각을 9시 15분으로 보고받았음에도 장관 등에게는 9시 45분으로 고쳐서 보고했고, 사건의 성격을 판단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인 “폭발음이 들렸다”는 내용은 아예 뺀 채 보고했다.


군 당국이 우왕좌왕하고 보고 내용을 임의로 첨삭하는 바람에 우리 군의 사태 판단은 흐려지고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건 당일 현장에서 남쪽으로 49㎞ 떨어진 해역에서 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다른 초계함(속초함)이 현장에 출동해 인근 해상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해 추격, 발포한 것은 사건 발생 1시간 40분 가까이나 지난 밤 11시께였다.


이 과정에서도 해군 제2사령부는 속초함의 보고 내용을 그대로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속초함은 이 이상한 물체가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했지만, 제2함대사령부는 상부에 새떼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감사 과정에서도 실체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한 만큼 당분간 이 물체에 대한 의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는 사이 두동강난 천안함의 함미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결국 46명의 용사는 구조의 손길조차 받지 못한 채 차가운 바다에서 생사를 달리해야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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