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북핵폐기 위해 경수로제공 타당할 수도”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위기를 봉합한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서명자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7일 북핵 폐기를 위해서라면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 협력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지역연구소 공동 주최)에서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북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는 것이며 경수로가 그 대가의 일부라면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주장에 앞서 경수로로도 매년 플루토늄 수백 kg 생산이 가능한 점 등을 들어 북한에 경수로를 줘서는 안된다는 미국내 강경파들의 논거를 소개한 뒤 “건설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북한 전력망 사정상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북한의 국가 에너지 계획 차원에서 경수로는 별 의미가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런 단점에도 불구, 북한이 핵무기 포기의 대가로 경수로를 고집할 경우 합의 도출을 위해 북한에 경수로를 줘도 무방하다는 논지를 폈다.

그는 “(북이 현재 보유한) 흑연감속로는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므로 북한이 연료공급을 위해 국제사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만 경수로는 농축 연료를 필요로 하기에 연료공급을 위해 국제시장에 의존하게 만든다”고 말해 경수로 제공이 북한의 국제사회 의존도를 높이고 핵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음을 강조했다.

갈루치 차관보는 또 “흑연감속로의 경우 ‘사용후 연료’가 알루미늄 피복 상태로 있기 때문에 재처리가 용이하고 핵무기 제조에 이상적인 동위원소 구성을 가진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반면 경수로 연료는 훨씬 단단하고 재처리가 불필요한 지르코늄으로 쌓여 있어서 경수로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그다지 이상적이지 못하다”고 부연했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6자는 적절한 시기에 대북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미국은 북핵 폐기 후 경수로 제공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경수로 제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의 협상 파트너로서 북한의 핵시설 동결.해체의 대가로 2003년까지 100만kW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그 완공 전에는 연간 중유 50만t을 제공한다는 데 합의한 바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