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바쁜 한나라·민주 ‘집안싸움’에 발목잡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은 ‘세종시’를 두고 친이-친박간 대결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고, 민주당은 ‘추미애 징계’와 ‘한명숙 등 전략공천’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산안과 노동관계법을 잇달아 처리하면서 당 결집력을 과시했다. 그러다 올해 정국 주도권의 향방을 가늠할 정부의 ‘세종시 최종 수정안’ 발표가 임박하면서 당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야당의 파상공세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친이-친박간 당내 갈등 치유에 힘써야 할 실정인 셈이다. 지난 7일 박근혜 전 대표는 “원안이 배제된 안에 반대한다”면서 내부 갈등에 불을 지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정부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엄밀히 말하면 당론을 뒤집는 것”이라며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나는 반대한다”고 말해 당정간 협의를 거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더라도 독자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이 당론으로 채택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당론 채택은 소속 의원 과반수 출석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능하지만, 당론 변경의 경우에는 ‘재석 의원 3분의 2 찬성'(당헌 72조)이 요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의원 169명 중 60여명이 친박계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수정안의 당론화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때문에 당 지도부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8일 기자회견에서 세종시 당론 결정과 관련해 “다수결이 만능은 아니다”라며 표결처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또한 “세종시 수정안 처리 시점을 못 박지는 않겠다”고 처리시안에 있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내분이 격화돼 당력을 소모하다 자칫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구나 친박연대가 지방선거에서 독자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분열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 수정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어떻게 갈등을 치유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대선→총선→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친이-친박 갈등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안의 승패가 여권내 단순한 역학구도 변화를 뛰어넘어 차기 대선 판도와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당 내부의 문제로 시끄럽기는 마찬가지다.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범야권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당내 ‘추미애 징계’, ‘한명숙 전략공천’ 등으로 갈등 요소가 적지 않다.


현재 정동영, 유신민, 이해찬 등 유력인사들과의 통합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범야권 반MB연대의 구축과 ‘추미애 징계’와 ‘전략공천’ 등에 따른 당내 이견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 공동지방정부 구성 등 범야권에게 솔깃할 만한 제안을 했지만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민주당의 진정성을 검토해봐야 한다”며 선을 그어놓은 상태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의 징계문제로 주류와 비주류 계파간 충돌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주류측은 추 위원장을 중징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비주류측에서는 ‘당 지도부가 미디어법과 4대강 예산 저지 실패 책임을 추 위원장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