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단 사건’ 후폭풍…’자주파’ 주도 민노당 강타하나?

▲ 북한 핵실험과 간첩단 사건 여파에도 불구하고 방북을 강행한 민노당 대표단

민주노동당 전·현직 간부가 ‘386 운동권 간첩사건’에 연류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당원들도 민노당에서 간첩 혐의자가 검거됐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공당의 사무부총장이 국가기밀을 몰래 빼내 북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간첩단 사건이 민노당 내 NL·PD 대립구도에 적잖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민노당은 북한 핵실험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에 소속된 정책 연구원들이 나서 수장인 이용대 정책위원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민노당 내 대표적 NL계 인사로 손꼽히고 있다.

‘親北’성향 NL이 2004년 이후 민노당 장악

핵실험 후 이 위원장이 ‘북한의 핵을 자위적 측면에서 인정한다’고 말하자, 연구원들이 나서 “원자력을 포함한 핵의 평화적 이용마저도 명확하게 반대하는 당 강령에 (이 위원장의 발언은) 심각한 위배”라고 규정하고 발언 철회를 요구했었다.

이러한 ‘북한’을 둘러싼 민노당의 갈등은 뿌리 깊은 정파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노당은 1980년대 두 가지 운동 흐름인 NL(민족해방) 계열과 PD(민중민주) 계열의 연합으로 2000년 출범한 정당이다. 2004년 총선에서 10개의 의석수를 확보해 원내에 진입했다.

‘민중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PD계열과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NL계열의 결합은 처음부터 어색한 동거에 가까웠다. NL진영은 주사파 세력이 잔존한 친북노선이었고, PD 진영은 북한 체제의 비합리성을 비판하는 흐름이 강했다. 북한인권문제를 두고도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PD계열과 미국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NL계열의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양측간의 입장이 이렇게 현격히 벌어진 상황에서 2004년 이후 당 지도부는 NL계열이 장악하게 된다. NL계열이 주도하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합이 집단적으로 민노당에 합류하면서부터다.

이는 북한 정권이 한국 내 시민운동과 좌파 세력을 친북반미 노선으로 포섭하라는 지령을 내렸다는 ‘간첩사건’의 전모와도 일맥상통한다.

범민련(친북운동 주도) 출신의 홍진표(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씨는 주사파 최대 지하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이 수사기관에 의해 그 존재가 밝혀지자, 일부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민노당에 가입하면서 노동계와 시민운동 단체들 사이에 친북운동이 확대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부 ‘이념’ 지형

 

자주파 (NL. 민족해방) 계열

평등파 (PD. 민중민주) 계열

대표 이론

주체사상

사회민주주의, 사회주의

기반 단체

민노총 일부, 민노당 일부, 전국연합(한총련, 전농 등)

민노총 일부, 민노당 일부

당면 과제

6.15연대 강화, 주한미군 철수,국보법 철폐

신자유주의 반대, FTA반대,  평화군축

당내 지분

최고위원 11명 중 8명

정책연구소 중심


지난 15일 북핵결의문 채택을 위한 중앙위원회 회의는 양측의 갈등을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북한의 핵보유는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의 PD측 중앙위원들은 한반도 비핵화의 차원에서 결의문에 ‘북핵 반대’라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수파 NL측은 ‘미국의 책임이 우선이고, 북한의 핵보유는 자위권 차원에서 용인해야 한다’며, “미국의 적대정책으로 인한 북한 핵실험에 ‘유감’을 표하면 된다”고 맞섰다.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하고 논쟁을 벌이던 과정에서 PD계열 인사들이 항의의 표시로 결국 집단 퇴장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노동자의 권익과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PD진영에 있어 수령 개인의 독재로 운영되는 북한 체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NL진영은 반외세와 민족자주를 기치에 걸고 북한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했다. 북한 핵문제도 이러한 대립의 연장선에서 한치도 비켜가지 않았다.

PD계열 “北, 선군정치 버리고 인민 살림부터 챙겨라”

민노당이 더 이상 봉합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은 민노당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노동자의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개인과 손 잡는 정당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해 박용진 민노당 서울 강북지역위원회 위원장(현 대변인)은 기고문을 통해 “진보정당 안에 불가침 성역이란 존재해선 안된다. 모든 것이 비판의 대상이어야 하고 검토와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민주노동당 내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는 불경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며 공개 비판에 나선 바 있다.

민노당 정파 가운데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좌파 조직인 ‘전진’이 당 대표단이 방북한 30일 발표한 ‘조선노동당에게 보내는 남한 사회주의들의 편지’는 PD계열이 북한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편지에서 “조선노동당을 비롯해 북의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은 먼저 인민의 살림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선군정치’라는 비정상적인 체제를 하루 빨리 청산하고 당의 정치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간첩단 사건이 터지면서 PD계열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NL계열 중심으로 무조건 ‘조작’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간첩단 사건이 민노당 내 역학구도에 어떠한 지각변동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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