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가 마약거래…” 비리로 얼룩진 비사검열

북한에서 비사회주의(이하 비사) 현상은 체제를 흔드는 매우 위협적인 요소다. 때문에 당국은 이에 대한 검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비사검열이 더욱 빈번해지고 단속대상도 다양해졌지만 오히려 비사행위들은 더욱 늘고 있다. ‘비사검열이 오히려 비사행위들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북한의 비사검열은 당 중앙, 즉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해당지역에 지시(포치)가 내려온다. 최근 국경지역의 비사검열은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주민들에게 비사활동을 하지 말라는 교육과 경고를 전달한 뒤, 도당과 군당에 비사검열에 대한 지시가 하달된다.
 
이후 도당이나 군당에서는 비사검열대를 조직,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검열을 시작하게 된다. 최근에는 탈북자·마약 검열의 경우 중앙당에서 검열조가 내려오기도 한다. 검열대는 비사검열의 대상에 따라 인원 구성이 달라지지만 보통 보위부와 안전원, 검찰 등으로 구성된다.


검열은 무작위로 지역을 선정해 예고 없이 진행된다. 주민 상호간의 신고도 적극 장려해 비사행위를 한 주민들을 적발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사검열은 국가배급의 중단 등 경제난이 심화되고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해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관료주의 만연, 비사검열 한계=대표적으로 비사검열의 주체인 보위원·안전원들이 비사행위자들과 결탁하는 현상이 일반화됐다. 비사행위가 주민들의 생존방식이 된 지 오래고, 비사검열도 일상화되면서 검열 간부들은 단속보다는 뇌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사리사욕을 챙기는데 급급하다. 


검열 간부들이 대규모 밀수꾼들을 찾아가 “뒤를 봐줄테니 한 몫 챙겨달라”는 요구를 거리낌 없이 할 정도다. 또한 압수한 물품을 다른 밀수업자들에게 넘기기도 하는 등 간부들이 오히려 비사행위에 적극 개입하는 경우까지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밀수꾼들은 밀수 물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또는 단련대를 가지 않기 위해 검열 간부들을 포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검열 간부들과 이야기를 해보다가 ‘이 사람은 좀 넘어올 사람이구나’ 싶으면 그들을 살살 꾀어 처벌을 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밀수 과정에서 적발된 주민들은 검열 간부에 직접 돈을 주기보다는 유행하고 있는 가전제품 등을 사서 검열기간이 지난 후 선물로 건넨다. 이와 함께 (밀수)물품 반입 허용 한계수치까지 문건으로 작성하면 별다른 처벌 없이 통과된다. 이렇게 간부를 포섭해 놓으면 차후 다른 밀수 건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2010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던 이재원 전 대한변협 북한인권소위원장도 “북한의 검사, 판사 등 간부급 인사들에게 비사활동은 일상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 검사, 판사 등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형량을 낮추거나 범죄 혐의를 벗어나는 행위도 만연해 있다.


◆비사회주의 역습?…”간부들이 비사회주의 근원지”=최근엔 간부들이 비사행위에 직접 나서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집중 단속대상인 마약문제와 관련해서는 간부인 자신을 대신해 마약을 대신 팔아달라는 부탁까지 할 정도다.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면서 무역업을 하는 한 조선족은 “조선에 마약이 많은데, 단속을 해야 하는 지도원들이 마약을 많이 한다. 아편을 (중국에 나가서)팔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면서 “해마다 친척방문 목적으로 조선에 가는데 간부들이 빙두(마약)를 하는 모습도 직접 봤다”고 증언했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 북한에서 시청이 금지돼 있는 DVD 유통의 근원지가 간부들의 집이라는 증언도 나온다. 북한 당국이 ‘남조선 반동들의 사상문화적 침투’로 규정하고 있는 한류(韓流)의 근원지가 당 간부들이라는 것이다.
 
평안도 소식통은 “외국을 나다니는 간부들의 집에서 DVD나 VCD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DVD는 간부들의 자제들이 많이 본다. 아버지가 무역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이들로부터 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김정은 명의로 비사행위와 관련된 포치와 검열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비사행위를 단속해야 할 간부들이 이를 방조 내지는 자행하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때문에 비사검열 자체가 비사행위를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검열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자 최근 북한 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탈북을 방조하는 보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검열 과정에서 보위원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검열을 통해 발각될 경우 가족, 친척까지 처벌 받기 때문에 탈북을 방조한 보위원들이 자살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검열을 수행하는 보위원, 조직지도부 등의 검열단들도 당에서 제대로 된 배급을 못 받는 상태이다 보니 뇌물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비사검열’은 부정부패가 핵심이다. 검열단들도 비사행위를 해야 자기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것이 현재 북한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사검열은 사회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난으로 인한 배급 상황 악화”라면서 “검열을 하는 간부들조차도 굶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부정부패의 연결고리가 생기고 그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검열 간부와 관계를 튼 사람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처벌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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