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상 받은 앨튼 英의원

“남북통일 이후 북한을 발전시키기 위해 드는 모든 비용을 남측이 떠안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가 분담해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제정한 ‘제3회 생명의 신비상’ 생명활동분야 수상자로 선정돼 시상식 참석차 방한한 데이비드 앨튼(58) 영국 상원의원은 9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최근 변화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하며 남북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확보와 낙태 반대 운동에 헌신해온 그는 이번 방한 직전에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남북이 강경 어조의 발언을 누그러뜨리고 상호 존중과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방북에서 절감했다”면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 뿐만 아니라 평양도 방문하길 기대하며 미국과 북한이 외교 관계를 맺고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남북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앨튼 의원은 영국에 있는 북한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동료 의원 3명으로 이뤄진 방북단을 구성, 4일부터 7일까지 평양을 찾았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학한 러시아 정교회 소속 북한인 사제를 만났으며 북한 당국이 허가한 성당도 방문했다고 전했다.

1990년대 말부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등 인권 운동을 펴온 그는 “용서를 하되 잊지 말라는 말을 남북 양쪽이 모두 명심하고, 서로 벽을 쌓기보다 다리를 놓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 면에서 개성공단이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매우 뜻깊은 일이며, 정치인들은 자신이 다리가 돼 사람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앨튼 의원은 “유럽의 여러 국가가 참여해 1975년 공산권 국가에 인권 준수를 촉구한 헬싱키 선언을 하고, 이어 시민 운동이 뒤따른 결과 1990년대초 공산권의 붕괴가 이뤄졌다”고 소개한 다음 “북한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판 헬싱키 접근법’이 필요하고, 남북 간 장벽을 우선 허무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번 ‘생명의 신비상’ 수상과 관련, “최근 영국 정부가 사람과 동물에서 채취한 생식 세포의 수정 실험을 허용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것이자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하며 “과학의 발전은 윤리의 발전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일과 양심을 저버렸기 때문에 배아줄기 세포 연구 200만여 건 가운데 단 한건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인간 배아를 만들고 나서 쓰레기처럼 버리는 것은 지극히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 세포 조작과 관련, “인류에게 과학은 중요한 부문이지만 (황 교수가) 거짓말을 한 것이나, 난치병 환자에게 있지도 않은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생명공학 부문에서 한국이 발전했지만, 세계의 어느 곳도 거짓말을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체세포 복제를 통한) 배아 줄기세포는 결국 성체 세포로 자라는 데 실패했다”며 “반면 (골수나 제대혈을 기반으로 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는 80여건이 성공했고 300여 병원에서 연구하는 만큼 이 부분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튼 의원은 10일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병원 마리아홀에서 ‘생명의 문화 대 죽음의 문화’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11일 오전에는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회의원들이 주최한 초청 강연회에 참석 ‘장벽 대신 다리를 놓아야–북한의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