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새해 벽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명목으로 당국에 의해 일종의 ‘가택 연금’ 상태에 처한 양강도 혜산·삼지연(1·29)과 자강도 자성·만포(2·3) 지역 주민들은 명절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데일리NK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이 지역 주민들은 다가오는 설 제사(차례)상 재료를 준비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먼저 양강도 소식통은 “집에 갇혀 다들 전화만 붙들고 있다”면서 “이번 음력설에 제사상 차림을 하라고 시장을 열 것 같지 않아 다들 방법을 여기저기에 물어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음력설(1·25)은 대대적 국경봉쇄 조치 전 쇨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도 자유로이 오가면서 설 제사상 재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격리된 상태에 놓여 “산사람 입에 들어갈 음식 준비도 어려운 새장 안에 갇힌 신세에 돌아가신 부모님들 제사준비를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탄식이 오가고 있다. 다만 양력설(1월 1~3일 휴식)에 이미 제사를 지낸 주민들은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일례로 혜산시에서 오래 장사를 해온 장 모(50대) 씨는 과일과 떡 등을 준비하는 대신 함께 격리당한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설 아침을 차리기로 했다. ‘제사는 꿈도 못 꾼다’는 현실을 직시한 셈이다.
장 씨는 “이번 설에는 이웃끼리도 오도 가도 못 하고 가족들끼리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시장도 문 닫고 송달(배달) 봉사(서비스)도 다 끊겼으니 시내가 죽은 거리처럼 설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강도 만포시에 사는 군인 가족 조 모(30대) 씨도 “설 제사를 건과자나 강냉이(옥수수)국수, 물 한 그릇 올려놓고 치를 것”이라면서 “이렇게 갑자기 봉쇄될 줄 알았다면 제사 상차림 재료들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씨의 남편은 군관으로, 현재는 부대에서 동기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살림집에는 조 씨와 어린 아들 둘만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남편이 음력설에 귀가해서 같이 명절을 보낼 수 없다. 당국의 ‘봉쇄’ 조치 때문이다. 조 씨는 “이렇게 하루아침에 이산가족이 되는 날벼락을 맞을 줄 몰랐다”고 말한다.
이처럼 북한 당국의 과잉 코로나 방역으로 음력설 풍경이 ‘삭막하게’ 변했다고 소식통은 꼬집는다.
그는 “설 명절 전 갑자기 집 안에 갇히게 된 주민들은 ‘지금 있는 것(음식)으로 근검하면서 나라에서 봉쇄를 해제할 때까지 버텨내자’ ‘산사람들이라도 살자’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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